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을 임기 중 반드시 추진할 1순위 과제로 부각하며 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는 물론이고 같은 민주당 정권이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까지 능가하는 수준의 기후변화 대응 드라이브라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더는 머뭇거릴 수 없다. (기후 위기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젠 행동할 때”라며 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예고됐던 대로 2030년까지 미 연방 토지 및 수역의 30%를 보존하고, 연방 부지에서 새로운 석유와 천연가스의 시추를 전면 중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폴리티코는 오바마 정부를 비롯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기후변화 대응) 추진 의지가 강하고 범위도 포괄적이라고 분석했다.
행정명령 전문에는 ‘일자리’라는 단어가 15번이나 등장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일자리는 상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백악관의 새 조치가 화석연료 산업 ‘일자리 킬러’가 될 것이라는 공화당 비판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발전 부문에서, 2050년까지 미국 경제 전반에서 탄소 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산업 구조를 화석연료 중심에서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청정 전력 계획’이 있다. 이를 위한 재원만 2조 달러(약 2240조원)로 추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은 백악관 ‘기후의 날’이면서 동시에 ‘일자리의 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 관련 업계 일자리가 늘어나 화석연료 업계 일자리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의 해법은 일자리라고 생각했다”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신규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소속된 기후변화 특사로 공식 임명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를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하며 국가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바이든은 “미국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 대응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특사는 임명 당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사전 화상회의에서 중국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중국이 2060년까지 뭔가를 하겠다고는 하는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할지 어떠한 단서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탄소제로 목표를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미 시사 주간지 타임은 “불과 몇 주전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공식 입장이 기후변화 관련 모든 노력을 공개적으로 비웃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담한 발언”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협력을 명분으로 관계를 회복하길 바랐던 전 세계 정책입안자들의 기대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