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한겨레 기자들에 “아집 걷어 치워라”

입력 2021-01-28 17:09 수정 2021-01-28 17:29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연합뉴스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은 28일 자사의 법조 분야 보도가 정권 편들기라고 비판한 한겨레 신문 젊은기자 40여명을 향해 “편향과 아집의 굿판을 걷어 치우라”고 지적했다.

강 이사장은 경향신문 편집국장 출신이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을 거쳐 2018년 2월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으로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신문 칼럼 등을 통해 문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뉴스통신진흥회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기관이다. 연 3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연합뉴스의 독립성을 관장해야 할 기관장이 한겨레 신문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사태가 더 커질 전망이다.

강 이사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겨레신문 젊은 기자 40여 명이 자사 법조 보도의 편향성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이사장은 “검찰개혁 국면에서의 한겨레신문 보도가 공정성을 적지 않게 벗어났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역시 젊은 기자들이 다르구나! 용기있게 앞장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구나!’ 하는 마음으로 관련 기사를 읽었다”며 “곧 기대와 희망이 무너지고 절망과 좌절이 엄습했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장은 “그러나 웬걸! 한겨레 현장 취재기자들은 공정성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 원인마저도 전혀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었다”며 “한겨레의 편향이 ‘국장단의 정권 감싸기 태도’에서 비롯됐으며 (그런 국장단이) 현장과의 불통으로 저널리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강 이사장은 “나는 한겨레 젊은 기자 40명 포함, 한겨레 전 구성원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며 “과연 최소한 한겨레신문 법조기사의 불공정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 원인을 따져 보는 토론회, 혹은 세미나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겨레 같은 국민주(국민이 주인인) 신문의 기자들이 검찰의 가두리 양식장 같은 기자단에서 조중동 등 족벌수구신문들과 어울리는 취재 관행이 옳은 것인지, 언제까지 그런 취재 관행에 매몰돼 있어야 하는지 까지도 따져 보자”고 덧붙였다.

강 이사장은 “만 43년 언론계 밥을 먹은 선배로서, 그것이 부족하다면 30여 년 한겨레 애독자로서, 그것도 부족하다면 창간 때 소액이나마 아이들의 이름으로 한겨레에 투자한 주인으로서의 당당하고도 절실한 요구”라고 했다.

강 이사장은 이어 한겨레 젊은 기자들을 향해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제발 편향과 아집의 굿판을 걷어 치우라”며 “당신들이 던진 돌에 국장단이 맞아 죽기 전에 한겨레 창간을 위해 온갖 고초를 마다하지 않았던 선배들과 바람 앞의 촛불을 지키는 심정으로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던 수만 주주들이, 한겨레에 그나마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애독자들이 먼저 죽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춘재 한겨레신문 사회부장이 이날 보직사퇴했다. 일선 기자 40여명이 한겨레 국장단을 향해 “어설프게 정권을 감싸고 있다”고 비판한 지 이틀 만이다.

한겨레 현장 기자 40여명은 지난 26일 성명서를 통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운전 중 폭행을 감싸는 기사를 썼다가 오보 사태를 맞이했다”며 “무리한 편 들기가 오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강 이사장이 노골적인 친 정권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 이사장은 2016년 4월 오마이뉴스에 ‘문재인 은퇴론 가당찮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2015년 8월에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한명숙 전 총리를 향해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무죄다. 무죄인 사람이 감옥에 간다”는 글을 썼다.

강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과 언론은 K방역이 무너졌다고 아우성치지만 그런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남겼다. 같은달 27일엔 “판검사 임명장에도 ‘훔친 권력’이라는 네 글자를 큼지막하게 써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그는 12월 17일 페이스북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지칭하며 “높은 도덕성을 발견한다. 추 장관은 옳은 일에 매진했으며 많은 평범한 시민들 역시 개인적 이해관계가 없는 ‘검찰개혁’이 단지 옳다는 이유만으로 추 장관을 지지했고 외롭고 힘들어 하는 그를 위로하고 격려했다”고 남겼다.

결국 노골적으로 정권 편에 서서 통신사 관리감독의 장까지 맡은 강 이사장이 한겨레 기자들에게 “조중동 수구언론과 어울린다” “국장단에게 돌을 던진다” “아집을 걷어 치우라”고 일갈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