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투기가 폭탄 떨군 곳, 진실은 결혼식장”

입력 2021-01-28 14:50 수정 2021-01-28 14:56
서아프리카에서 작전하는 프랑스군의 미라주 2000 전투기 편대. 프랑스군 홍보실(ECPAD) 제공·EPA=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군이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열린 한 커플의 결혼식을 테러집단의 비밀 회합으로 착각해 공습했고 그로 인해 민간인 19명이 숨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프랑스군은 지난 3일 말리 중부 몹티주의 분티 인근 마을에서 미라주 2000 전투기 2대를 출격시켜 폭탄을 떨어뜨렸다. HRW는 “프랑스군이 테러리스트들의 회합이라고 발표한 이 모임은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결혼식과 피로연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프랑스군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고 “말리의 무장 테러리스트들이 모여있는 곳에 미라주 2000 전투기들이 폭탄 세 발을 투하해 테러 조직원 약 30명을 제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HRW는 말리의 시민단체와 현지 조사를 벌인 끝에 당시 사망한 사람들이 테러 조직원이 아닌 민간인이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28일(현지시간) 보도에 프랑스군 공습 목격자들의 증언을 다뤄 HRW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해당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주장한 한 교사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비행기 소리 같은 것이 나더니 굉음이 들려왔다”며 “갑자기 온 사방에 다친 사람들 투성이었고 떨어져 나간 신체 부위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고 회상했다.

지역 주민들은 결혼식 참석자가 대부분 남성이었다는 점이 프랑스군의 오해를 불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이 일대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들이 여성들의 바깥 사교활동을 금지하기 때문에 당시 결혼식에는 남성들만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군은 워싱턴포스트의 취재에 즉답을 거부하고 앞서 냈던 보도자료를 참고하라는 답변만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는 옛 식민지였던 사하라사막 이남 사헬 지대를 유럽으로 유입되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 2013년부터 4500명의 병력을 가동해 테러 격퇴전인 ‘바르칸’ 작전을 벌이는 중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