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대신 ‘20년 옥살이’ 윤성여, 25억 보상금 청구

입력 2021-01-28 13:20 수정 2021-01-28 13:33
이춘재 연쇄살인 8차사건 범인 누명에서 벗어난 윤성여씨. 뉴시스

이춘재 대신 누명을 쓰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4)씨가 법원에 25억원 상당의 형사보상금을 청구했다. 윤씨는 이춘재 8차 연쇄살인 사건 범인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25일 이춘재 8차 사건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내린 수원지법에 25억1700여만원 상당의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형사보상청구권은 헌법에 따라 억울하게 구금 또는 형 집행을 받은 사람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재판을 받느라 지출한 비용을 국가가 보상해주는 제도다.

윤씨가 청구한 25억여원은 형사보상법에 따라 책정된 것으로, 하루 최대치의 보상금 액수에 구금 일수를 곱한 금액이다.

윤씨의 경우 무죄가 확정된 지난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최저일급(8시간 근무)은 6만8720원이다. 여기서 하루 보상금은 최대 5배까지 가능하므로 청구할 수 있는 일급은 34만3600원이 된다. 윤씨는 이 금액에 자신이 구금된 기간인 7326일을 곱해 약 25억원의 형사보상 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원지법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지난 25일 형사보상 청구가 접수됐으며, 해당 건은 형사5부가 담당하기로 했다”며 “결론이 언제 내려질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윤씨 측은 형사보상 청구 외에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 체포와 감금, 폭행·가혹행위에 대한 위자료,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는 국가배상 청구도 할 계획이다. 다만 국가배상 청구 규모와 청구 대상 법원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윤씨 측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약촌오거리 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10년간 옥살이한 최모(37)씨는 약 8억40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최씨는 또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 국가와 경찰관·검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3억원의 배상을 인정받았다.

이춘재 사건 관련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에서 13세이던 박모양이 자택에서 성폭행당하고 피살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인근 농기구 공장에서 근무하던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자백을 받아냈다. 사건 당시 조사 과정에서 가학적인 수사를 받고 허위 자백을 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후 경찰의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며 항소했지만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윤씨는 2009년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될 때까지 19년6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이후 지난 2019년 9월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해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살인사건과 또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하자 윤씨는 같은 해 11월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는 12차례에 걸친 공판 끝에 지난해 12월 무죄를 선고받으며 32년 만에 살인자 누명을 벗게 됐다. 당시 재판부는 “해당 사건은 경찰에서의 가혹행위와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로 결국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재심 판결이 조금이나마 피고인에게 위로가 되고 명예 회복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