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종교적 예비군훈련 거부, 정당한 사유에 해당”

입력 2021-01-28 12:11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예비군훈련 거부도 처벌해선 안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예비군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 의무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종교적 병역 거부를 인정한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8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디.

쟁점은 종교적 신념으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것이 예비군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예비군법은 병역법과 마찬가지로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고, 예비군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에 따라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종교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았는데, 이에 따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A씨는 2017년 6차례의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서를 받고도 훈련을 이수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신도가 된 A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양심의 자유에 따라 훈련에 참가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에 입각해 훈련을 거부하는 것은 양심표명의 자유의 관점에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국가안전보장 등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충분한 행위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군복무를 현역으로 마쳤으나 이후 종교에 귀의해 예비군훈련을 거부하는 등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며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