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북부 마나우스에서 사역하던 이신숙(64) 선교사가 코로나19로 투병하다 지난 23일 별세했다. 이 선교사를 파송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다음 달 5일 서울 종로구 기감 본부 예배실에서 조문 예배를 드리고 고인과 유족을 위로한다.
코로나19는 이 선교사 가족을 차례대로 덮쳤다. 마나우스에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최근호에서 마나우스 주민 76%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첫 확진자는 남편 이성전(66) 선교사였다. 폐 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여전히 약물치료를 받는 이 선교사는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달 29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병실이 없어 폐가 60% 가까이 손상된 뒤에야 마나우스의 한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낄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병실에도 못 들어가고 복도에서 3일을 지냈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지난 6일 병실이 빈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 다행히 위험한 고비를 넘겨 15일에 퇴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사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내의 병세는 악화했다. 증상이 없던 아내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확진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심지어 간호를 위해 미국에서 온 첫째 아들 경승씨도 확진 판정을 받아 기력이 없었다. 이날 아내와 아들은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내는 불과 9일 만에 눈을 감았다.
아내를 잃은 이 선교사는 슬퍼할 겨를이 없다. 아들의 병세가 심각해서다. 그는 “목회자가 되는 게 꿈인 아들까지 코로나19로 쓰러져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미국 GP선교회에서 선교사 훈련을 받으며 감리회 목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아들이 완치돼 소명대로 사역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이 선교사의 시신은 화장 절차를 마쳤다. 은퇴하면 한국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고인의 뜻을 따라 조만간 한국으로 모셔 올 예정이다.
1990년부터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현지인 교회 개척 사역과 목회자·성도 양육을 했던 이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생을 마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복음에 빚진 자로 하나님이 부를 때까지 선교사로 일하며 복음을 전하며 사랑을 나누고 싶다”면서 “아내를 위해 조문 예배를 준비해 주신 감리회에 큰 감사를 전한다”고 인사했다. 조문 예배에서는 이철 감독회장이 설교한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