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경선 진출자에 ‘정치 신인’ 3명이 포함됐다. 당내 기반이 부족하고 얼굴을 알릴 기회도 촉박한 이들이 제대로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경선이 ‘올드보이’들의 싸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부산에선 ‘신인 트랙’으로 ‘반전 인물’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경선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도 공존한다.
국민의힘이 전날 발표한 공직선거 출마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은 서울에선 이승현 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이, 부산에선 박성훈 전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과 전성하 LF에너지 대표이사 등이다. 예비경선에 2명 이상 정치신인이 포함될 경우 정치신인 중 최다 득표 1인이 본경선에 진출하는 제도인 신인트랙이 부산에서 성사돼 박 전 경제부시장과 전 대표이사가 본경선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됐다. 서울에선 정치신인 대상자가 이 전 명예회장뿐이어서 신인트랙 없이 예비경선 가산점 20%를 부여키로 했다.
박 전 경제부시장은 예비경선 진출자 발표 전부터 부산에서 이목을 끌었다.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세계은행 민간투자선임전문가 등으로 근무했던 박 전 경제부시장은 71년생으로 김 위원장이 강조한 ‘70년대생 경제인’에 들어맞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 전 경제부시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많은 분을 만나기는 어렵지만 유튜브와 비대면 방식을 활용해 저를 알릴 다양한 계획을 하고 있다”며 “부산에서는 한 번도 경제 전문가가 시장이 된 경우가 없는데 당리당략이나 정파적 이익에 휘둘러 시민과 괴리되는 정치가 아니라 시민과 경제 중심의 정치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전 대표이사는 40세로 예비경선 진출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서울대와 런던대에서 뇌과학 연구를 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전 대표이사는 통화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분이 나타나 부산을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평소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 행동에 나서게 됐다”며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4차 산업을 주도하는 ‘데이터 시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울에선 이 전 명예회장이 유일한 정치 신인으로 올랐다. 신인트랙에는 포함되지 못하지만 예비경선에서 가산점 20%를 적용받을 수 있는 만큼 반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명예회장은 삼성 일본주재원 근무, 한국외국기업협회 회장 등 경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화 경영 감각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서울 25개 자치구를 9개로 조정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서울시 행정 세계화를 혁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28일 부산, 29일 서울에서 후보자 ‘비전스토리텔링 프레젠테이션’을 연다. 후보자들이 7분간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해 시를 도약시킬 정견을 자유롭게 발표할 예정이다. 예비경선 여론조사와 책임당원 투표가 다음 달 3~4일 진행되기에 정치신인들로서는 인지도를 끌어올리기에 시간상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본경선에 진출하면 한 달 가까운 시간 토론회 등으로 자신을 알릴 기회가 주어지기에 선거판 전체를 흔들 다크호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 기반이나 인지도가 아닌 국민 지지를 넓게 받을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를 보고 진출자를 선정했다”며 “신인이라도 본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