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확진’ 쇼크… 반려동물 집사들 “산책도 안 가”

입력 2021-01-28 07:30

반려견을 키우는 양모(28·여)씨는 지난 24일 국내에서 ‘동물 코로나19 확진’ 첫 사례가 나온 뒤 지금까지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지 않고 있다. 양씨는 27일 “고양이 확진 뉴스를 접한 뒤 아예 강아지와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있다”며 “반려견이 산책 스트레스 때문인지 자꾸 방바닥에 소변을 보는데 감염도 무섭고,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까 눈치가 보여 당분간 산책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동물 확진 사례가 이미 많다고 들었는데 정부가 예방법을 좀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에서 국내 첫 동물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확인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과 펫 숍(pet shop) 등 관련 업종 종사자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지만 불안에 떠는 시민이 적지 않다.

이달 말 애견숍에 반려견 미용을 예약해 놓았던 박모(29)씨는 불안한 마음에 결국 예약을 취소했다. 박씨는 “크게 걱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 예방 차원에서 취소했다”며 “추이를 지켜보다가 추가 확진이 없으면 바로 다시 예약할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만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가 걱정돼 반려동물과 어머니의 접촉도 최소화하고 있다. 박씨는 “아직까지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된 것인지, 사람 혹은 다른 동물에게 전파할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인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 불안하다”면서 “어머니께 당분간 강아지 목욕을 시키거나 장시간 함께 놀아주는 일은 자제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반려동물 카페와 미용실 등 반려동물 관련 업종 종사자 사이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4·여)씨는 “동물 확진 뉴스가 나온 이후 손님이 10~20% 정도 더 줄었다”고 했다. 이 카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이미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태였으나 며칠 전부터는 하루 한두 팀만 방문할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고 한다. ‘하루에 몇 번 소독하느냐’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느냐’ 등 방역 관련 이용객의 질문도 이전보다 늘었다.

김씨는 “아직까지 고양이 확진 사례 하나만 나왔지만 추후 강아지 확진 사례까지 나오면 손님이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동물에게 마스크를 씌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동물 감염 확산되면 우리처럼 마당에 동물을 풀어놓고 놀게 하는 반려동물 카페는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며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확진 사례가 고양이에게만 발견된 것이고, 고양이는 대부분 집에서만 키우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들도 있다.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고모(27·여)씨는 “고양이 확진 뉴스를 접했지만 집에서만 키우고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뉴스를 본 뒤 일단은 밖의 활동을 하는 사람부터 조심하자고 가족끼리 말을 해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