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국가핵심 기술 中 유출한 협력업체 임직원 기소

입력 2021-01-26 17:01
반도체 세정 장비. 서울중앙지검 제공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자회사의 반도체 국가핵심기술을 중국 반도체 경쟁업체에 유출한 협력업체 임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국 업체에 유출된 것으로 나타난 반도체 기술은 세정 레시피 등 10나노급 D램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기술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부장검사 조상원)는 반도체 장비업체 M사의 연구소장, 영업그룹장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밖에 M사 임직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고 M사 법인도 기소했다.

M사 임원 등은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SK하이닉스와 관련된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M사 연구소장 등 2명은 산업기술보호법위반 혐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로 구속 기소됐다. 유출된 기술은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세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배합비, 분사 순서, 속도, 압력 등에 대한 수치가 축적된 세정 레시피다. M사는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세정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다. SK하이닉스는 장비를 받아 최적의 사용 방법과 관련된 수치를 축적해 놓는데 이를 세정 레시피라고 한다.

M사는 사업 확장을 위해 해당 장비를 판매하려고 중국 업체와 접촉했다. SK하이닉스는 판매 승인을 거부했는데도 M사는 중국 업체에 기계를 판 것으로 조사됐다. 장비를 판매하면서 중국 업체에 SK하이닉스의 세정 레시피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비에 들어가는 기술과 사양 등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정 장비는 1대에 약 70억원 수준인데 이미 여러 대가 중국 업체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HKMG 반도체 제조 기술도 유출됐는데 HKMG 기술은 D램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해 전도율이 높은 신소재를 사용하는 최신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이다.

M사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에 독점으로 세정장비를 납품하는 삼성전자 자회사 C사의 기술도 유출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C사는 세계 최초로 초임계(액체와 기체 중간 성질) 세정장비를 개발한 업체다. M사는 C사 직원을 스카우트해서 정보를 입수한 후 유사한 기계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M사는 해당 장비도 수출하려 했으나 양산 전 검찰 수사를 통해 불법행위가 확인돼 중국에 판매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M사 공정그룹장, 공장장, M사 하청업체 대표 3명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산하 산업기밀보호센터로부터 기술 유출 정황 정보를 제공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중국 업체에 유출된 반도체 세정 레시피 등은 10나노급 D램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기술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