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수록 더 많은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겁니다. 바이러스가 최악의 형태로 변형될 기회를 만난다면, 역시 그렇게 될 겁니다.”
미국 뉴욕 록펠러대 면역학자 미셸 누센즈바이그 박사는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이같이 말했다.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시작된 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전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모더나와 화이자는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백신 개량’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NYT는 “제약사들의 발표는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바이러스가 더 빨리 변이를 일으키고 있으며, 이미 전 세계에 배포되고 있는 백신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계속 변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모더나는 자사의 백신을 2회 접종했을 때 영국과 남아공에서 각각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남아공발(發) 변이 바이러스에는 그 효과가 6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에서 보고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자료는 아직 축적되지 않았다.
모더나는 총 2회 접종하도록 돼 있는 현재의 백신을 한 번 더 접종할 경우 변이 바이러스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임상 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탈 잭스 모더나 최고의료책임자는 “변이 바이러스용 백신이 필요 없으면 좋겠지만 필요하다면 오늘 당장 개발을 시작할 것”이라며 “일종의 보험 정책”이라고 말했다.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6주 안에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개량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세계 보건 규제 당국과 이 개량 백신이 사용 승인을 얻으려면 어떤 수준의 임상 시험과 안전성 검증이 필요한 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NYT는 “인체의 면역 체계는 중화항체 외에 T-세포, B-세포와 같은 비중화항체로도 종합적으로 작동한다”면서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백신이 생성하는 중화항체가 감소하더라도 바이러스에 무방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과학자들의 견해도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량 백신의 경우 처음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처럼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독감 백신의 경우 광범위한 승인 절차 없이도 매년 갱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억명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각각의 사례는 변이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웨일코넬 의대 바이러스학자 존 무어 교수는 “관건은 계속 새롭게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빠른 대응”이라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해 백신 재설계를 준비하는 건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서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담당하는 샤오이밍 전문가는 이날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코로나19의 광범위한 돌연변이에 대비하고 있고, 이미 개발된 비활성화 백신을 변이에 맞게 재설계하는데 2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는 “시노팜과 시노백의 백신 접종으로 생성되는 항체는 영국발, 남아공발 변이에 대처할 수 있지만 예방효과는 다소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활성화 백신과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은 다른 유형의 백신에 비해 바이러스 변이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mRNA 백신의 재설계 기간은 비활성화 백신의 재설계 기간에 비해 1개월 더 짧다”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