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뇌출혈로 쓰러진 후 7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9살 소년의 사연이 전해졌다.
25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는 어린 막내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부부가 의뢰인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아직도 매일 꿈속에서 지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부부의 아들인 고홍준 군은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당시 고군은 9살,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고군의 어머니는 이날 방송에서 “급성 뇌출혈이었다”며 “평소 아이가 아팠거나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저녁밥도 잘 먹었는데 갑자기 아프다고 해서 119를 불렀다. 그날 모든 일이 벌어진 거라 믿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눈이랑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왜 아프지? 세수해볼까?’ 했는데 아이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라. 지금도 옆에 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없다는 게 꿈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간 고군은 며칠 후 뇌사 판정을 받았다. 고군의 부모는 병원에 붙어 있던 장기기증 포스터를 보고 아이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고군의 아버지는 “어린아이들이 몇명한테 장기기증을 하고 떠났다는 얘기를 읽고 아들을 통해 누군가 새 삶을 보낼 수 있다면 기증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고군은 각막, 심장, 폐, 간 등을 또래 어린이 5명을 포함해 총 7명에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고군의 아버지는 “(아이가) 7명을 살렸다고 하니 아들에게 느꼈던 미안하고 슬픈 마음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연을 보도한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위로를 얻었다고도 전했다. 한 누리꾼이 홍준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며 소식을 알린 것이다. 고군의 어머니는 “우리 홍준이가 이렇게 살아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