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1가구 1명 코로나19 검사 논란

입력 2021-01-26 10:18

광주시가 설 명절을 앞두고 코로나19 ‘1가구 1명 검사받기’ 캠페인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족 대이동을 전후한 코로나19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는다는 것이지만 업무 가중과 예산 낭비 등이 우려되고 있다.

26일 광주시에 따르면 다음 달 설 명절에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캠페인과 더불어 1가구 1명 검사받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선제 대응을 하려면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 검사가 최선이지만 검사능력 등을 고려해 최소한 한 집에 한 명은 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는 것이다.

시는 불가피하게 외지를 방문하거나 외지인을 접촉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먼저 검사를 받아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외부모임이 잦은 가구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검사를 받고 고령자와 면역력이 약한 가족 구성원도 빼놓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시는 이를 위해 앞으로 한 달 동안 광주시청 광장과 5개 자치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무료 검사를 받도록 홍보 활동에 나섰다. 아파트 단지, 동사무소 등에 홍보물을 부착하고 ‘신속 PCR검사’ 등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시는 느슨해진 감염병 위기감을 다시 상기해 장기적으로 전 시민에 대한 검사도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선 보건소 등은 업무 가중이 불가피하고 효율성이 낮은 일방통행식 행정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광주TCS에이스 국제학교, 효정요양병원 확진자가 대부분 가족관계이지만 1가구 1명 검사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치구의 한 보건소장은 “시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기존 코로나19 검사와 방역업무도 버거운 마당에 검사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면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모 감염병 전문가 역시 “정책 결정 이전에 민관공동대책위에서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60만개 이상의 검사키트를 추가 구입해야 되는 등 막대한 예산과 인력 투입이 필요한데 갑자기 1가구 1명 검사를 시행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소 등에 무작정 몰려든다면 대규모 집단 감염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 인구는 2020년 12월 기준 145만여명, 가구수는 63만3582세대다. 지난해 2월 3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광주에서는 전체 인구 3명 중 1명에 가까운 47만5244여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현재 확진환자는 1523명, 사망자는 16명이며 격리 중인 밀접 접촉자는 819명이다.

이와 관련, 경북 포항시는 25일 “지역내 n차 감염이 지속되고 있다”며 선제·공격적 검사를 통해 사회·경제적 피해를 막기 위한 1가구 1명 이상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포항시 관내 15개 동 4개 읍 10개 면 가운데 도심구역인 15개 동 전부와 연일읍, 흥해읍 등 2개 읍 거주가구와 식당·카페, 이·미용 종사자, 죽도시장 상인 등을 대상으로 한 전국 최초의 행정명령이다.

이에 따라 50만명의 포항시민 중 20만명, 22만여 가구 중 18만여 가구 대표자가 오는 31일까지 반드시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시도 가족 구성원 중 1명이 대표로 진단검사를 받는 ‘한집에 한사람 검사받기’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예상되는 설 명절 민족 대이동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고육지책으로 이해해달라”며 “의무사항은 아니고 자발적으로 검사에 참여해 연쇄 감염을 막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