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도 어제 오전에야 알게 됐다. 실망하셨을 국민과 정의당에 애정을 가진 분들께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당내 분위기에 대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화가 많이 난 상태다. 원칙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씀이 많다”며 “발생한 사건부터 잘 처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그 뒤에 분명히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수조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당내에서 다른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는지 조사한다든지 교육에 대해 점검한다든지, 성평등 문화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저희가 성평등 수칙도 있고 매뉴얼도 있고 교육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패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성평등 또한 정의당의 강령이고 진보정당의 정체성”이라며 “저도 여성 정치인으로 또 여성 정당인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울타리는 나름대로 안전하다고 느꼈는데 모두 착각이었다. 어떤 변명도 필요 없이 ‘너희도 다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비판 논평과 관련해서는 “‘너희가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정의당 처지를 알고 말씀하신 것 같다”며 “그 말씀이 모두 옳고 동의하고 있다. 할 말이 많지만 절대 하지 않겠다. 무관용 원칙으로 조사하고 다른 피해를 막으라고 조언해주셨는데 분명히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답했다.
또 ‘오는 4월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진단에도 “무슨 염치로 지금 선거 전망을 할 수 있겠느냐”며 “심상정 전 대표님은 가치와 원칙을 부여잡고 몸부림해 나가자고 하셨고, 이정미 전 대표님은 당이 책임질 시간이라고 사즉생의 각오를 새기자고 하셨다. 잘못이 있으면 진지한 반성, 사과와 함께 우선 일을 바로잡는 데 집중하는 거라고 배웠다.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를 형사고소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는 “피해자 의사를 존중한 결정이다. 형사고소가 아닌 공동체 내 해결을 원했다”며 “피해자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당대표이기 때문에 더더욱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피해를 알렸다’고 했다”며 “적어도 그 기대와 신뢰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 그래야 당이 피해를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거나 앞으로 경험하게 될 모든 분을 보호하고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 의원은 “최근 권력을 다루는 정치인들의 성 비위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권력의 속성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민주적 정당성이나 권한, 책임에 취해 동료 시민을 동등한 시민으로, 존엄한 인간으로 여기는 데 계속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더 강력한 감시와 통제가 있어야 한다”며 “성인지 감수성이 알아서 개발되거나 공유되지 않음이 이번에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