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다보스 연설서 “상호존중·다자주의” 제안
백악관 대변인 “시진핑 발언으로 달라지는 건 없어”
“중국, 미국 노동자들에 피해 주고 동맹국들 위협”
새로 출범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접근법을 들고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중국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미국 내부적으로는 초당적 협력을, 국제적으로는 동맹국들과의 협의를 강조했다.
특히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미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정책이 변화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노(No)”라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노선을 이어가면서도 전략적 인내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차별화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키 대변인은 백악관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인내라는 접근법에서 출발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전략적 인내를 통해 (중국 문제에) 접근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언론 브리핑에선 시진핑 주석이 ‘다보스 어젠다’ 화상 연설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으로 회귀해야 한다”면서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자주의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이슈가 됐다. 시 주석의 이번 연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연설이었다.
한 기자가 ‘시 주석의 입장이 무역과 기술에서 중국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스탠스에 변화를 이끌어 내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사키 대변인의 답변은 “노(No)”였다. 한발 더 나아가 “시 주석의 발언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사키 대변인은 중국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날렸다. 사키 대변인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은 21세기의 특징을 규정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무디게 만들며, 우리 동맹들과 국제사회에서의 미국 영향력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 “기술은 미·중 경쟁의 중심”이라며 “중국은 지적 재산권 절취, 산업 스파이 활동 관여, 기술이전 강요 등 기술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견해는 우리가 더 나은 방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중국에 책임을 묻고, 미국 기술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촉진시키는 데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사키 대변인은 “중국이 지난 몇 년 동안 국내외적으로 더 권위주의적으로 변했다”면서 “중국은 우리의 안보와 번영과 가치에 도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키 대변인은 ‘전략적 인내’라는 새로운 접근법 마련을 위해 미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동맹국 간의 협의를 강조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이 길을 전진시키는 것을 논의하는 데 있어 공화당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더 많이 협력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경제적 남용을 중단시키는 것에 전념하고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동맹국들과 파트너들과의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데이터를 오용하거나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에 책임을 묻고 미국의 기술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나 인권 침해에 악용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상호 존중을 꺼내들며 시 주석이 먼저 내민 손을 뿌리쳤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강경기조를 고수하면서 구체적인 전략을 가다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략적 인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일컫는 용어로도 쓰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제재에 집중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참고 기다리겠다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핵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