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가 25일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과 관련해 예방적 살처분을 강제 집행하겠다는 지자체의 조치를 중단해달라는 산란계 농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도 행심위는 이날 산안마을 농장이 화성시를 상대로 낸 행정심판 사건에서 ‘살처분 강제집행 계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 건을 인용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살처분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화성시의 강제적인 살처분 집행 절차는 일시 중단된다.
도 행심위는 “사육 중인 산란계 간이검사가 음성으로 확인됐고, 이미 잠복기까지(최대 3주) 끝난 상황이므로 지금 시점에서 공공복리를 위해 강제적으로 살처분 집행을 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심위는 살처분 명령 중단 신청은 기각했다. 이와 관련 “당국의 AI 방역정책 수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산란계 3만7000마리를 사육하는 산안농장은 지난달 23일 반경 3㎞ 내 다른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함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돼 화성시로부터 살처분 행정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산안농장은 친환경 농법으로 사육해 1984년부터 36년간 한 번도 AI가 발생하지 않았고, 3㎞ 내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지난 2014년과 2018년에도 살처분하지 않았다며 살처분 명령을 거부했다.
2018년 당시 방역당국의 가금류 살처분 규정은 500m 내 농장은 강제 살처분, 3㎞ 내 농장은 살처분 권유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신속한 방역 등을 이유로 2018년 12월 3㎞ 내 농장까지 강제 살처분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한편 화성시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해 온 산안농장은 가축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이번 행정심판 판단과 관계없이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산안농장 관계자는 “심리 과정에서 방역은 물론 사육 중인 산란계의 면역력 보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지금은 이미 잠복기가 끝나 감염 위험성이 다 사라진 상황인데 이제 와서 강제 살처분하는 것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달 6일 여주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뒤 지금까지 모두 10개 시 20개 농가로 확산해 예방적 처분을 포함, 92개 농가의 가금류 841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도 행심위는 추후 본안 사건인 살처분 명령 취소 심판 청구 건에 대해 청구일(1월 18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최종 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