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허용 대법원 판례에도 관세청의 통관 보류 이유

입력 2021-01-25 17:27
뉴시스

‘리얼돌’ 수입을 허용해달라고 소송을 낸 업자가 1심에서 승소했다.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건 아니라고 본 대법원 판례와 같은 맥락의 판결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관세청은 리얼돌 수입을 계속 금지할 계획이다.

25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최근 리얼돌의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리얼돌은 사람의 신체를 본 따 만든 성인용품이다. 성인용품 수입업체 A사는 지난해 1월 리얼돌 1개를 수입하려 했지만, 김포공항 세관은 해당 제품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보고 통관을 보류했다. A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물품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순 없다”며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2019년 6월 대법원 판례와 궤를 같이 한다. 저속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법적으로 규제할 음란물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2심 재판부는 “개인의 은밀한 영역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음란물과 동일한 규제는 자제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했고,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는 건 법원과 관세청의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사람과 가깝게 사실적으로 표현한 리얼돌이 여성을 성적 착취 대상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가 인간을 형상화한 성인용품 수입을 용인할 만큼의 풍속화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도 통관 보류의 근거로 삼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아동·청소년의 모습이거나 특정 인물을 형상화한 리얼돌 등은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통관 보류를 원칙으로 한다”며 “통관 단계에서 이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법제화 이전까진 모든 리얼돌 통관을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음란물 규제는 도덕적 관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준이 모호하다”며 “인간 존엄성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리얼돌이 사회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