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개발을 명분으로 행정기관이 스스로 관련 법규를 위반해 행정 행위를 집행하는 사례가 제주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 결과 제주도와 서귀포시가 청보리가 유명한 가파도를 예술과 문화가 있는 섬으로 만들기 위해 추진한 ‘가파도 아름다운 섬 만들기 사업’이 건축물 조성 계획부터 영업 신고 수리까지 총체적 부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가파도 프로젝트는 ‘지키기 위한 변화’라는 현대카드의 사회공헌 철학이 반영된 프로젝트다. 아름다운 섬 가파도에 자연 경제 문화가 공존하는 가파도 만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 구상에 양측이 합의함에 따라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진됐다.
현대카드가 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제주도가 모두 148억원을 투입해 기존 건축물을 전시 시설과 숙박 시설, 판매장 등으로 리모델링하고, 마을회가 직접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감사 결과 해당 시설 상당수가 부적정한 부지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도하우스가 들어선 부지는 자연취락지구로 국토계획법과 제주도 도시계획 조례에서 숙박시설 건축이 제한된 곳이다. 가파도터미널이 들어선 부지도 자연환경보전지역에 해당해 휴게음식점과 판매 시설 설치가 애초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가파도 프로젝트는 건축물 조성 계획에서 건축물 설계, 행정 기관 간 건축 협의, 영업 신고·수리까지 진행 전 과정에서 이 같은 사안이 모두 정당한 것처럼 위법하게 처리됐다.
주요 수입원이던 숙박시설과 터미널이 당초 목적과 다른 용도를 찾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혈세 148억원이 투입된 가파도 프로젝트는 7년만에 위기를 맞게 됐다.
행정의 절차 위법 문제는 이 뿐이 아니다.
최근 제주도 감사위 감사에서는 제주시가 방문객이 증가하는 새별오름(애월읍 봉성리)에 안내소와 화장실, 주차장 등 총 24건의 관광 편의시설을 추진하면서 관련 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협의 절차를 단 한 차례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오름 주변 경관보전지구에 돌담길을 조성하면서 제주도 경관심의위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았고, 새별오름 주변 부지에 기반시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사위로부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이라는 통보를 받고서도 관련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위는 제주시가 환경 보존을 위해 마련된 절차를 스스로 위반함으로서 행정이 오히려 새별오름을 훼손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