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20대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운전자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류일건 판사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2)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대만에 들어갈 수 없어 현지 변호사를 통해 (유족 측에) 계속 사죄하고 합의하려 하는데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을 마치기 전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재판부가 시간상 허용해준다면 한 기일을 속행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쩡이린 측 변호인은 “피고인 측이 저를 통해 편지를 보냈지만 피해자 유족들이 읽기를 원치 않아 전달하지 못했다”면서 “합의 여지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 (피해자의) 친구분들도 왔는데 다들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만큼 엄중한 처벌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측 지인은 재판부로부터 허락을 구해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너무나 큰 슬픔이 왔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고인의 지인들은 재판 시작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서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재범인 가해자에게 가장 무거운 벌을 내려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증거조사 과정에서 당시 사고 영상이 재생되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였다.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재판부는 “한 기일만 더 속행하고 그때까지 (합의가) 안 되면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종결하겠다”며 오는 3월 8일 오전 10시40분 다음 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9%의 음주 상태로 차량을 몰다가 횡단보도 녹색 신호에 길을 건너던 쩡이린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