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설립작업이 첩첩산중이다. 재정지원 근거가 될 특별법 제정부터 오는 5월 입학전형 발표를 위한 기본적 대학 건물 확보까지 준비절차가 여의치 않다.
25일 한전공대 설립 광주 전남 범 시·도민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 등 국회의원 51명이 공동 발의한 한전공대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특별법은 대학명칭을 기존 ‘한국전력공과대학’에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로 바꾸고 현행 사립학교 법인을 특수법인으로 전환해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학교설립에 필수적인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개교 일정이 그만큼 차질을 빚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행 대학설립·운영규정은 대학 설립 주체가 개교 1년 전까지 강의실 등 학교 건물을 확보한 뒤 설립인가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따르자면 한전공대 내년 3월 개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임대 건물’ 허용의 예외조항을 둔 특별법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특별법이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해를 넘기면서 첫 단추도 꿰지 못하고 있다.
한전의 재정지원과 오는 5월 입학전형 발표도 문제다. 전제조건인 특별법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한전공대 개교까지 필요한 5000억 원 이상의 재정지출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정지원 주체인 한국전력은 오는 2031년까지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 중 전남도와 나주시가 10년 동안 2000억 원을 부담하고 정부가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다행히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일정까지 고려하면 5월 첫 신입생 선발을 위한 입학전형 발표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특수법인 전환에 따른 산업통상자원부·교육부 장관의 정관 변경 인가, 동의절차도 의무적으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는 한전 본사가 위치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내 부영골프장 부지에 에너지특화 공대로 들어선다. 부영골프장은 지난 2019년 1월 한전공대 부지로 최종 선정됐으며 나머지 골프장 부지에는 아파트를 건설할 예정이다.
한전공대 총 정원은 대학원 600명, 학부 400명, 외국인 300명으로 우선 내년에 350명을 첫 선발 한다. 학생 대비 교수 비율을 10대1로 맞춰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 양성에 나선다.
한전과 나주시 등은 협의를 통해 3단계로 나눠 15만3000㎡ 규모의 학교부지에 본관동 등의 건물을 단계적으로 신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학교 설립에 필요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바람에 개교 일정이 촉박해졌다”며 “내년 정상 개교를 전제로 나주시가 지난해 말 총 연장 643m, 왕복 4차로 진입도로 공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