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학생 96% 확진…집단감염 대전 비인가 교육시설 실태는

입력 2021-01-25 12:23 수정 2021-01-25 16:55
25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흥동 IEM국제학교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비인가 종교교육시설인 IEM국제학교에서는 전날 127명의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연합뉴스

전날 1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전의 한 종교관련 비인가 교육시설에서 전체 학생의 96%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대전시에 따르면 전날 집단감염이 발생한 IEM국제학교는 학생 120명, 교직원·직원 38명 등 총 158명이 생활하는 곳이다.

시 방역당국이 시설 내에 있는 146명에 대해 3차에 걸쳐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 125명, 음성은 18명이었으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인원의 수는 3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2명 중 11명은 타 지역에서, 1명은 대전에서 검사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다.

이로써 처음으로 감염이 확인된 순천·포항 확진자를 더하면 학생 120명의 96.7%인 116명이, 시설 전체로 넓힐 경우 구성원 158명 중 127명(80.3%)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해당 시설은 학생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본관 건물을 비롯해 총 4개의 건물로 구성됐다.

학생들과 일부 교직원이 함께 생활한 본관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다. 기숙시설은 본관 3~5층에 있으며 일부 층은 화장실이나 샤워시설을 공용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방 1개를 7~20명이 사용했을 뿐 아니라 지하에 위치한 식당에는 칸막이조차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착용 상태 역시 좋지 못했다고 방역당국은 설명했다.

밀집·밀폐·밀접 등 이른바 ‘3밀’ 조건에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집단생활을 한 것이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된 것이다.

IEM국제학교 시설 내부. 방역당국 조사 결과 방 한곳에서 7~20명이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시 제공

이 시설의 재학생들은 지난 4일, 신입생들은 11~15일 각각 입소했다. 방역당국은 무증상 확진자가 입소하며 다른 이들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거나 출퇴근 중인 직원 5명이 전파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3밀 조건 속에서 많은 이들이 집단생활을 한 것이 최악의 사태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교직원에 의한 감염 확산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IM선교회는 IEM국제학교를 비롯해 TCS·CAS 등 학교와 비슷한 기능의 시설 23곳을 전국 각지에 운영하고 있다. 선교회 본부는 대전 중구에 있다.

IEM국제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이들은 다시 TCS나 CAS에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집단감염이 발생한 일부 종교시설들과 달리 각 시설은 타 지역 시설과의 교류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시설은 검정고시·수능·유학 등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제학교나 대안학교로 인정되지 않은 비인가 시설이다. 학교나 학원으로 등록된 곳이 아니어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최근에는 입학설명회를 개최한 사실도 확인돼 학부모들을 통한 추가적인 감염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허 시장은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꼼꼼하게 조사하고 위반사항 여부 확인해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 같은 비인가 학교는 학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학원도 아니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오늘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 차원의 수칙 등 미비 사항을 보완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은 “해당 시설은 종교단체에서 설립한 무등록·미인가 시설로, 지도감독은 지자체 소관 업무로 판단된다”며 “현재 직원 격리 및 해당 홈페이지가 폐쇄돼 운영 현황을 확인할 수 없다. 향후 시에서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관련부서와 협의해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EM국제학교 시설 내부. 대전시 제공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