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손을 올린 주취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건 인권침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김국현)는 경찰관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징계 권고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사건은 2019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 등 경찰관들은 2019년 6월 말 ‘술에 취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한 아파트 주차장으로 출동했다. B씨는 만취한 상태로 주차된 차 바로 앞에 정자세로 누워있었다. A씨 등이 등을 두드리고 말을 걸며 상태를 확인했지만 B씨는 인사불성 상태였다.
A씨가 B씨를 일으켜 세워 앉히면서 실랑이가 시작됐다. 당시 현장상황 녹음 파일에는 B씨가 A씨 등에게 “아니, XX놈아”라며 욕을 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욕하지 말라, 녹음하겠다. 왜 경찰에게 욕을 하냐”는 경찰관들의 음성도 함께 녹음됐다. B씨가 이야기 도중 왼손을 올리자 A씨가 B씨를 밀치고, 다시 B씨가 경찰인 A씨를 때리려고 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A씨 등 경찰들은 “어딜 쳐요 지금?”이라며 B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2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B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 등으로 헌법상 인격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 인정된다”며 A씨 등 출동 경찰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A씨를 향해 손을 앞으로 뻗은 B씨의 행위가 목을 손으로 가격해 제압할 정도의 폭력행사는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인근 주민임이 확인된 B씨에게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현행범 체포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A씨 측은 인권위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당시 체포행위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가 경찰의 조력을 거부하고 유형력을 행사하는 등 점차 강도가 높아지는 방식으로 시비하던 상태로 위험성이 커지고 있었다”며 “현장 경찰로서는 당시 상황을 기초로 체포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던 A씨와 그런 경찰을 상대로 만취해 욕설에서 나아가 유형력을 행사한 B씨 사이에 다툼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A씨가 위법한 체포를 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