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코로나 옮겨” 日 30대 주부 극단적 선택

입력 2021-01-22 17:41 수정 2021-01-22 17:45

일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자택에서 요양 중이던 30대 주부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15일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은 이달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자택에서 요양 중이었으며 평소 남편에게 “내가 딸에게 옮긴 것 같다”고 괴로운 심정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나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직장 동료를 통해 남편이 감염됐고, 이후 실시한 PCR 검사에서 딸과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 와세다대학 우에다 미치코 교수는 “자택 요양자가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건강 문제뿐 아니라, ‘가족에게 옮길 수 있다’는 불안이나 ‘사회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정신적 부담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에다 교수는 “특히 자택 요양자는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데다, 외부인과의 교류도 제한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쫓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0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수는 2만919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750명 증가했다.

일본의 자살자 수는 2010년부터 매년 감소했으나 1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 언론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악화와 가정환경의 변화 등이 자살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