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매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를 보상해 주는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정식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도 다수의 손실보상법을 발의하고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문제는 손실 보상 대상 업종 구분과 보상 규모, 재원 충당 문제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재난 사례와 피해 업종 간 형평성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충분한 검토를 통한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한 분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며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기획재정부에 지시했다. 전날 손실보상제 추진에 난색을 표했던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정부와 여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입장을 선회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도화 방안을 상세히 검토해 국회 논의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전날 “(손실보상제를)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힘들다”며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정 총리가 “개혁 과정엔 항상 저항 세력이 있다”며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격노했다. 기재부는 밤늦게 “법제화에 반대한다는 취지가 아니었다”며 해명자료를 냈고, 결국 이날 김 차관이 직접 수습에 나섰다.
정부·여당이 세 차례에 걸쳐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과 다른 별도의 보상책을 꺼낸 건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보기 때문이다. 3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영업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방역을 거부했다. 또 노래방·PC방 등 피해가 큰 업종에선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까지 냈다.
민주당은 발의된 손실보상법을 토대로 구체적인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지침에 따라 영업을 못하는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건 정부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정부와 잘 협의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손실보상제 추진 과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먼저 정부의 방역 조치로 손실을 입은 업종과 피해 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누구를 얼마나 보상할지를 정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자영업자가 어려우니까 그냥 주자는 건 포퓰리즘적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등의 피해에) 얼마나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중요한데, 법으로 만들면 이를 지키는 것이 더 큰 이슈가 된다”며 “(보상금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이슈가 법 준수에만 쏠릴 수 있다”고 했다.
지원 대상·규모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과 이에 따른 국민적 동의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 보상 기준을 놓고 다른 재난 사례, 업종 간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영업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보상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동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