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잃은 팔 새로 얻었다…국내 두 번째 팔 이식 성공

입력 2021-01-21 16:17 수정 2021-01-21 16:39
수부이식 수술 이미지. 장동수. studioMID 제공

작업 도중 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60대 남성의 팔 이식 수술이 성공했다.

국내에선 두 번째 사례이며 2018년 손·팔 이식이 법적으로 허용된 이후엔 처음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수부이식팀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와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는 뇌사자의 팔을 기증받아 최모(62)씨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최씨는 2년 전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몇 개월 후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를 찾은 최씨는 의수 등 추가 치료를 받았지만 팔 이식을 원했다.
1년여 동안 정형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평가를 거쳐 세브란스병원에서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장기 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손·팔 이식은 2018년 8월 법제화됐다. 절단 후 최소 6개월이 지나야 되고 환자가 등록된 병원에서 심장과 간 신장 폐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뇌사자에게서만 손·팔을 기증받을 수 있다.

손·팔 이식은 뼈와 근육, 힘줄, 동맥, 정맥, 신경, 피부를 접합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혈액형이나 교차반응 등 이식에 필요한 면역검사 외에 팔의 크기나 피부색, 연부조직 상태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상자를 구하기 힘들다.

최씨의 경우 이달 초 심정지로 뇌손상이 발생한 뇌사자의 장기 및 조직 기증으로 팔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

수술은 지난 9일 약 17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최씨의 절단부위가 손목 바로 위로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본래 남아있는 근육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 이식이 진행됐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현재 면역거부 반응이나 다른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로 곧 재활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팔은 다른 장기에 비해 뼈 힘줄 근육 신경 등 여러 구조물의 복합 조직이고 이어야 하는 혈관 크기가 2~3㎜ 정도로 작아 수술 난이도가 높다.
이식할 팔은 정상 팔과의 길이를 고려해 X선 사진을 통해 이식할 뼈의 길이를 결정한다. 이식 후 손의 기능과 감각 회복을 위해 힘줄과 근육, 신경 연결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른 장기이식 수술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성형외과와 정형외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최윤락 교수는 “아무리 이식된 팔이라도 정상인 팔과 되도록 길이가 같아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면서 “힘줄과 신경은 손의 정상적 기능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종원 교수는 “손이 가지고 있는 운동과 감각 기능을 최대한 살려 밥을 먹고 씻고 옷을 입고 문손잡이를 돌릴 수 있는 등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2017년 2월 대구 W병원 우상현 원장팀이 사고로 왼팔을 잃은 30대 남성의 팔 이식에 처음 성공했다.
이 남성은 별다른 문제 없이 회복했고 현재 결혼해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