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각국 정상은 환영의 인사를 쏟아냈다. 협력과 위기 극복의 메시지가 주를 이뤘지만 일부 국가들은 바이든 시대를 맞아 약화될 자국 입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날 CNN은 세계 주요 정상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에 축하와 안도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돌아왔다”면서 “유럽은 신뢰받는 오랜 파트너와 다시 관계를 맺고 소중한 동맹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끌 새로운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영상 성명을 통해 “오늘은 민주주의가 승리한 날”이라며 “나와 우리 국민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사히 취임하게 돼 매우 안도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창한 ‘미국우선주의’ 기조에서 벗어나 범국가적 협력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과 경제 재건, 기후변화 대응, 다양성 증진, 민주주의와 안보 수호 등 이슈와 관련해 협력 관계를 다지자”고 제안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도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다자주의 협력체계를 재건해 세계의 공통 난제에 대응해가자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맺었던 국가들은 양국 관계의 개선과 이해관계에 따른 구체적인 요구안을 제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연장을 촉구하며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협정의 존치를 지지한다. 미국이 실질적인 연장 의사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공약이었던 이민규제 완화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일하며 위대한 나라 미국의 발전에 기여한 우리 동포들이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어야 한다”면서 이민법 개정을 요구했다.
지난 4년간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중국은 미중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중국은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미중 갈등을 어떻게 풀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며 “트럼프가 남긴 깊은 상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그가 남긴 위험한 유산을 제거하려는 용기와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미국의 ‘일본 중시’ 경향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것을 우려했다. 특정 국가가 아닌 여러 나라와의 공조를 중시하는 바이든의 행정부의 외교 방침이 일본의 영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바이든 정권에게 최우선 과제는 트럼프 정권 시절에 악화된 유럽과의 관계 개선이나 각국 동맹 관계의 강화”라며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다국간 국제협조노선을 내건 만큼 일본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옅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