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하는 동성애 창작물 ‘알페스’(RPS)를 직접 겪은 피해 경험을 밝혔다.
알페스는 ‘Real Person Slash’의 약자로 아이돌 팬덤 등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실제 연예인이나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한 팬픽션(Fan Fiction)이다. 주로 남자 연예인이나 남자 아이돌 간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다.
이 전 최고위원은 18일 국민의힘 청년문제 연구조직인 ‘요즘것들연구소’에서 ‘디지털 성범죄 사각지대 알페스, 논란의 본질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연 온라인 긴급간담회에서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에 출연할 때 이걸 많이 겪어봤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방송 한 회 하고 나서 온라인 카페 등을 보면 거기에 출연한 꽃미남 계열 출연자들이 알페스, 동성 팬픽의 대상이 돼 저랑 같이 올라오곤 했다”며 “당사자로서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나 어떤 판단의 기준 역치가 굉장히 엄격히 다뤄지는 것처럼 남성에 대한 동성 묘사물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앞으로 누군가가 법적 이의제기를 하고, 법원 판단이 나와야지 정화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알페스를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는 아이돌 업계를 향해 “인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불쾌함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은데, 수위를 넘는 것에 대해서는 아이돌이나 연예계 인물들이 이의 제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9년 초 하태경 의원님과 제가 ‘워마드’(남성혐오 온라인 커뮤니티)와 싸우던 당시 워마드가 저희를 음란물에 합성한 걸 많이 올렸다”면서 “그때 단순 명예훼손이 아니라 음란물 관련으로 고소를 했어야 관련 판례가 나오고 그런 일들이 근절되지 않았을까 한다”며 아쉬워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알페스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 의원은 “성폭력처벌특별법을 보면 동영상은 처벌하게끔 명백히 돼 있는데 알페스는 주로 그림이나 글로 돼 있다”며 “딥페이크와 알페스는 형식의 차이일 뿐이지 내용은 거의 하드코어 포르노 비슷한 수준인데, 보완하는 입법을 조만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도 이번에 놀랐지만, 알페스 성착취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주로 여성분들이었다”며 “기존에는 남자들이 온라인 성범죄에 많이 관여돼 있다는 게 사회적 인식인데 알페스 문제를 통해서 여성들도 이런 온라인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게 새로 확인돼 상당히 사회적 반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하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은 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알페스 제작자와 유포자 처벌을 요청하는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알페스 성착취물 중 의원실 자체조사 결과 수위가 높다고 판단한 110여개 아이디를 간추려 먼저 수사를 의뢰한다”며 “추가로 확인되면 바로 추가 수사의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좋아하는 아이돌을 하드코어 포르노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는 인격살인”이라며 이들이 처벌받도록 하는 법안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