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함께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부따’ 강훈(20)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조주빈에 이어 이번 재판에서도 ‘n번방 사건’ 박사방 일당이 범죄집단임이 다시금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21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과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조씨의 지시를 받아 미성년자 강간을 시도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모(28)씨에게도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다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이번 선고의 쟁점은 범죄집단 조직과 활동에 대한 인정 여부였다. 그동안 온라인 성범죄 사건에서 범죄집단 조직 여부가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법원은 n번방 사건의 한 축인 조주빈 일당을 “단순히 텔레그램에서 만난 관계 이상의 ‘범죄집단’”이라고 판단했다. 형법에 따르면 범죄단체나 집단을 조직하고 가입·활동한 경우 구성원 전원을 중형에 처할 수 있다. 조씨 역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강씨의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조씨의 협박 때문에 박사방을 관리하게 됐다”고 한 강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강씨가 조씨의 범행을 알면서도 박사방을 관리하며 조씨에게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면서 “나이 어린 청소년을 노예화해 희롱하고, 왜곡된 성문화를 자리 잡게 했다. 또한 피해자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다만 “만 19세의 어린 나이에 범행했고 사건 전까지의 생활 태도 등을 볼 때 장기간 수형생활을 하면 교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의 선고주문 낭독이 끝나자마자 강씨는 눈을 감으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한씨에 대한 판단은 일부 달랐다. 재판부는 “한씨가 박사방이 2019년 9월 조직된 이후 가입해 활동했을 뿐 조직 자체에 가담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범죄집단 조직 구성원으로서 활동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한씨가 소위 말하는 ‘오프만남’으로 15세 불과한 피해자를 강간하려 했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유포했다”며 “불특정 다수의 오락을 위해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오프만남은 조씨가 기획했고, 한씨는 수동적으로 시행했으며 피해자들의 허락을 받고 제작한 사정이 있다”고 일부 유리한 사정을 참작했다.
앞서 검찰은 강씨를 박사방 2인자로 지목하며 징역 30년을, 한씨에게는 징역 20년을 각각 구형했다. 강씨는 조씨와 공모해 아동·청소년 2명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5명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전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씨와 별개로 지인 사진을 합성해 능욕한 혐의도 받았다. 조씨를 필두로 한 박사방 범죄집단 조직에 가담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한씨에게는 2019년 9월 박사방에 가입한 뒤 조씨 제안으로 미성년자를 강간하려 하고 이를 촬영해 조씨에게 전송한 혐의가 적용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