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노사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의 핵심 쟁점이었던 ‘분류작업’의 책임을 택배사로 명시하는 등 최종 합의했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21일 새벽 정부가 낸 중재안에 최종 동의했다. 협상이 극적 타결되면서 노조는 오는 27일 예고한 총파업을 철회할 방침이다.
전날 국토교통부는 분류작업 책임 명시에 반대하는 택배사들과 장시간 면담을 가졌다.
분류는 택배기사들이 배송 전 배송할 물건을 차량에 싣는 작업으로, 기사들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지우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동안 택배사들은 분류작업을 택배기사 업무의 하나로 보고 이를 택배기사에 맡겨 왔지만, 노조는 배송 전 단계인 분류업무는 택배 사업자의 업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택배 노사와 국토부, 고용노동부 등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분류 작업 문제를 논의해 왔다.
노사는 ‘분류 작업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에는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토부의 설득으로 택배 업계는 분류 작업의 책임 소재를 합의문에 명시해야 한다는 노조 측 요구를 받아들였으며, 국토부는 노사와 각각 이견을 조율해 21일 새벽 결국 합의를 끌어냈다.
합의안에는 우선 논란이 됐던 분류작업 업무를 택배사의 책임으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분류작업 비용은 택배사가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대리점과 협의해 분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리점이 분류작업 비용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넣었다.
아울러 택배사는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를 추진하고, 자동화 이전까지 택배기사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에 투입되면 분류인력 투입 비용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했다.
합의안에는 택배기사가 주 60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심야배송을 오후 9시까지 제한하되, 설 특수기 등은 예외적으로 오후 10시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배송 물량이 축소되고 수입이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토부는 택배비와 택배요금 현실화와 관련해 3월부터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6월쯤 개선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합의안이 도출되면서 사회적 합의기구는 이날 오전 9시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협약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도 앞선 협상 결렬로 전날부터 진행 중인 총파업 찬반 투표를 중단하고 총파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이번 합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로써 설 연휴를 앞두고 물류대란은 극적으로 피하게 됐다.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합의 결과를) 모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보고 있다”며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