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취약해…백인우월주의에 맞서 이길 것”
링컨 인용하며 “나의 모든 정신은 통합에 있다”
“공포가 아닌 희망, 어둠이 아닌 빛 이야기 써가자”
국제사회엔 “동맹 복원…신뢰받는 파트너 되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인 취임사에서 미국의 통합과의 희망을 강조했다. 국제사회를 향해선 “동맹 관계를 복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의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을 통해 미국 46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주 전인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난입했던 의사당에서 취임사를 전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으나, 취임사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북한이나 중국·이란·러시아 등 특정 국가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은 민주주의의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 후보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대의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소중하지만 취약하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지금 이 시간, 친구들이여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 폭력이 의사당을 뒤흔들려고 했으나, 우리는 이곳에서 한 나라로 뭉쳐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지만 “정치적 극단주의, 백인 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의 부상은 우리가 맞서 이겨야 하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선 민주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모든 것 중에 가장 찾기 힘든 것이 요구된다”면서 “(그것은) 통합, 통합”이라고 두 번 강조했다.
링컨도 거론…“모든 미국인의 대통령 되겠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인용하면서 통합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63년 1월, 링컨은 ‘노예해방선언’에 서명하면서 ‘내 이름이 역사에 남는다면, 이 조치 때문일 것이다. 내 모든 정신이 이 안에 있다’고 말했다”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이 1월에, 나의 모든 정신은 이 안에 있다”면서 “미국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우리 국민들과 미국을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전쟁과 대공항, (두 차례의) 세계대전, 9·11 테러 등을 거치면서, 힘을 합쳤기에 전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위기와 도전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있다”면서 “통합만이 전진할 수 있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가 힘을 모을 수만 있다면 나는 우리가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아직도 나에 대해 동의하지 않다면, 그래도 된다”면서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그것이 미국”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맹세한다”면서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것처럼,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서도 똑같이 열심히 싸우겠다고 약속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둠이 아닌 빛의 이야기를 쓰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겨냥한 발언을 취임사에 담았다. 그는 “최근 몇 주와 몇 달 동안 우리는 고통스러운 교훈을 배웠다”면서 “진실이 있었으나 권력과 이익을 위한 거짓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빨간색(공화당 지지자들)과 파란색(민주당 지지자들)을, 시골과 도시를, 보수와 진보를 싸움 붙이는 이 야만적인 전쟁을 우리는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 어두운 겨울을 인내하기 위해선 우리는 모든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우리는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바이러스의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은 시험의 시간”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와 진실에 대한 공격, 바이러스의 확산, 증가하는 불평등, 구조적인 인종 차별, 기후 위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 등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희망과 통합을 얘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공포가 아닌 희망이라는 미국의 이야기를 쓸 것”이라며 “분열이 아닌 통합, 어둠이 아닌 빛, 품위와 위엄, 사랑과 치유, 위대함과 선함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자”고 호소했다.
“동맹 복원하고, 세계와 다시 협력할 것”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향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청사진을 내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 너머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내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운을 뗀 뒤 “우리는 동맹을 복원하고, 세계와 다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어제의 도전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에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단지 ‘힘의 모범’이 아니라, ‘모범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우리는 평화와 발전, 안보를 위해 강력하고,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내에서 자유를 지키고, 세계의 등불로 다시 우뚝 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