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전격 교체를 두고 야당은 ‘김여정 하명 인사’라고 주장했다. 강 장관 교체 배경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강 장관 비난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OK(K5) 신화는 결국 깨졌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이야기”라며 “외교가에서는 문재인정부와 5년 임기를 함께 한다는 의미의 ‘오경화’라는 별칭까지 생겼지만 바뀌었다. 김여정 말 한마디에 무너진 것”이라고 적었다. 강 장관은 존재감이 없다는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이날 교체는 예상치 못했다는 평이 많다.
조 의원이 ‘김 제1부부장 말 한마디에 무너졌다’는 식의 주장을 들고 나온 데에는 최근 김 제1부부장이 강 장관을 맹폭한 것과 관련이 있다. 강 장관은 지난해 말 “북한은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 코로나가 북한을 더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제1부부장은 “망언”이라며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조 의원은 “당시에는 설마 ‘강 장관까지 바꾸겠어’ 했는데, 오늘 김여정 말대로 정확히 계산이 이루어졌다”며 “천안함 폭침의 주역인 김영철이 ‘경박하고 우매하다’고 비판하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교체했고, 김여정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데스노트를 찍어내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경질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장관 인사는 북한의 입을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20대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윤상현 의원도 강 장관의 전격 교체에 김 제1부부장의 비난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윤 의원은 “강 장관은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이른바 ‘오경화’, ‘K5’때로 불리며 문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직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는데, 예상을 깨고 김여정의 비난 담화 한 달여 만에 물러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장관이 최근 코로나 백신외교에도 뒷전인 채 북한에만 매달리는 외교행보를 보이는 등 역량 논란으로 인한 교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만약 북한 김여정의 ‘하명해고’인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외교정책 조율에 집중해야할 외교부가, 의사결정 지연 우려에도 불구하고 때아닌 수장 교체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강 장관 교체 배경에 김 제1부부장 비난이 작용했다는 이 같은 주장은 그야말로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번 외교부장관 인사를 ‘김여정 데스노트’가 통했다고 해석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국론을 분열시킬수 있는 무리한 추측 보도”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