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학생들의 대면 접촉이 줄어들자 학교폭력이 사이버폭력과 결합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따돌림이나 언어폭력을 당한 학생 가운데 사이버폭력도 동시에 경험했다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20일 이런 내용의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통상 4월(전수 조사)과 8월(표본 조사) 두 차례 실시하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9월 한 차례만 실시했다. 지난해 실태조사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 조사대상 357만명 중 295만명(82.6%)이 참여했다.
전체 피해응답률은 0.9%로 2019년 1차 조사 대비 0.7% 포인트 감소했다.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 감소가 두드러졌다. 2019년 3.6%에서 지난해 1.8%로 반토막 났다. 중학교는 0.8%에서 0.5%, 고교는 0.4%에서 0.2%로 줄었다.
모든 유형의 학교폭력이 감소했다. 학생 1000명당 피해응답 건수를 보면 언어폭력 4.9건, 집단따돌림 3.8건, 사이버폭력 1.8건, 신체폭력 1.2건, 스토킹 1.0건 순이었다. 2019년 대비 언어폭력 3.2건, 집단따돌림 1.5건, 사이버폭력 0.2건, 신체폭력 0.8건, 스토킹 1.0건이 줄어들었다.
주목되는 부분은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이다. 학교폭력 유형 비중 중 두 유형만 증가했다. 학교폭력이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이 두 유형은 상대적으로 적게 감소하면서 비중이 늘어났다. 학교폭력 피해응답 중 집단따돌림 비율은 26%(중복응답 포함)로 2019년보다 2.8% 포인트, 사이버폭력은 12.3%로 3.4% 포인트 증가했다. 두 유형 모두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사이버폭력은 코로나19를 틈타 다른 유형의 학교폭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집단따돌림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 가운데 19.5%는 사이버폭력도 동시에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2019년 14.7%보다 4.8%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언어폭력을 당한 학생 가운데 18.9%는 사이버폭력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언어폭력+사이버폭력’은 2019년 12.8%보다 6.1% 포인트 증가했다. ‘집단따돌림+언어폭력’ 형태가 2019년 41.4%에서 지난해 40.9%로 거의 변화가 없는 점 등과 비교하면 사이버폭력의 영역 확장은 눈에 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나타난 학교폭력 특징을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 중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1년 시행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