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A씨(35·여)는 지난달부터 병원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언짢다. 출근하자마자 행정실에 들러 전날에 작성한 ‘출·퇴근 예상 동선’이 실제 동선과 일치했는지를 부서장에게 보고하면서 일과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A씨는 20일 “요양병원에 고령자들이 많아서 동선을 허위로 말했다가 확진이라도 되면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외출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면서 “실제 근처 마트 가는 것도 지인들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나치게 동선 검사를 받다 보니 감염원 취급을 받는 거 같아 씁쓸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A씨는 지난해 연말에 지인 2명과 집에서 단촐하게 송년회를 보냈다가 동선 뿐 아니라 함께 한 인원, 참석자 명단, 함께 보낸 시간, 지인들의 주소지까지 적어서 제출해야했다고 한다. A씨는 “병원 측에서 동선을 매주 확인해서 보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이래로 간호사들은 집 아니면 병원만 오간다”며 “사생활이 없다시피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방역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요양병원에 종사하는 간호사들이 병원의 지나친 ‘코로나 간섭’으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출퇴근 예상 동선을 매일 병원에 보고해야 하는가 하면 지난 11일부터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매주 2회씩 의무적으로 받게 됐다. 검사를 받기 위해 휴무일에 출근하는 경우도 벌어진다.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5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30대 여성 김모씨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주2회씩 받게 된 것에 불만을 호소했다. 휴무일에도 검사를 받으러 병원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새벽 5시까지 나이트(야간당직)를 서고 집에 돌아와도 3시간도 못 자고 다시 일어나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한다”고 전했다.
김씨가 휴무일에도 병원에 나가야 하는 이유는 병원에 검체 채취 교육을 받은 인력이 단 2명이기 때문이다. 인력 운용을 감안했을 때 검체 채취 인력을 더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간호사가 정해진 검사 시간에 맞춰 억지로 출근을 해야 한다. 김씨는 “일반병원의 코로나19 환자 병동에 소속된 간호사들도 일주일에 한 번만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휴식시간조차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는데 환자를 제대로 보살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검사받는 것이 코로나19 예방에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김씨는 “동료들이 입을 모아 쉬는 날에 굳이 검사를 하러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병원으로 출근하는 것이 감염에 더 취약하지 않느냐고 부서장에게 되물은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면회마저 제한되면서 환자들의 잔심부름이 늘자 업무 부담을 느낀 중견 간호사 2명이 병원을 떠났다고도 덧붙였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