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소득 걱정없이 쉬게… ‘상병수당’ 법제화 추진

입력 2021-01-20 16:38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한국노총-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2호 법안 '상병수당'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자가 아파서 쉬어도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 제도 도입이 본격 추진된다. 취약계층 노동자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지만 재원 마련까지는 사회보험료 인상 등 험로가 예상된다. 20일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의원단은 2호 공동 법안으로 이 같은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1호 법안으로 정하고 약 두 달 만에 통과시킨 바 있다.
상병수당은 ‘아프면 쉴 권리’와 ‘생계유지’를 동시에 보장하는 제도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질병이나 부상 치료를 위해 쉬는 노동자가 소득상실 4일째부터 상병수당을 받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지급액은 질병·부상 발생 전 3개월간 노동자의 소득에 비례하되, 1일 지급액은 최저임금의 8배가 넘도록 규정했다. 올해 최저임금(8720원)을 적용하면 하루에 최소 6만9760원을 받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상병수당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형 뉴딜을 발표하면서 상병수당 도입을 명시했다. 다만, 시행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가 방역수칙으로 ‘아프면 3~4일 정도 쉬자’고 했지만 쉬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며 “상병수당은 당장 도입돼도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상병수당 도입은 약 20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합할 때부터 논의됐지만, 재원 마련 해법이 없어 공회전만 반복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상병수당 제도가 도입되면 매년 1조8000억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상병수당 재원 마련을 위해 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건강보험료는 올해도 2.89% 올랐고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실업급여로 약 12조원을 쓰면서 재정이 급속히 악화했다. 정 의원은 “수요 파악 등 제도를 구체화하면서 재원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