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아파서 쉬어도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 제도 도입이 본격 추진된다. 취약계층 노동자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지만 재원 마련까지는 사회보험료 인상 등 험로가 예상된다. 20일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의원단은 2호 공동 법안으로 이 같은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1호 법안으로 정하고 약 두 달 만에 통과시킨 바 있다.
상병수당은 ‘아프면 쉴 권리’와 ‘생계유지’를 동시에 보장하는 제도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질병이나 부상 치료를 위해 쉬는 노동자가 소득상실 4일째부터 상병수당을 받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지급액은 질병·부상 발생 전 3개월간 노동자의 소득에 비례하되, 1일 지급액은 최저임금의 8배가 넘도록 규정했다. 올해 최저임금(8720원)을 적용하면 하루에 최소 6만9760원을 받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상병수당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형 뉴딜을 발표하면서 상병수당 도입을 명시했다. 다만, 시행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가 방역수칙으로 ‘아프면 3~4일 정도 쉬자’고 했지만 쉬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며 “상병수당은 당장 도입돼도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상병수당 도입은 약 20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합할 때부터 논의됐지만, 재원 마련 해법이 없어 공회전만 반복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상병수당 제도가 도입되면 매년 1조8000억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상병수당 재원 마련을 위해 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건강보험료는 올해도 2.89% 올랐고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실업급여로 약 12조원을 쓰면서 재정이 급속히 악화했다. 정 의원은 “수요 파악 등 제도를 구체화하면서 재원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