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병원 의료진의 코로나전담병동 상황실과 코로나 병동을 잇는 5미터의 짧은 복도. 의료진들에게 있어 이 곳은 일상과 방역 전선이 교차하는 마지막 안전 지대다. 첫 번째 문을 통과하면 클린지역, 두 번째 문은 준오염지염, 세 번째 문을 통과하면 오염지역으로 나뉜다.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첫 번째 문까지.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쌓인 문은 군부대 최전방의 철책을 보는 듯 하다. 이 곳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초. 통로 옆 문을 열면 바로 방역 최전선인 오염 지역이다.
‘코로나19’ 전선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의료진들은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끝나는 그 날까지도 변함없이 이곳을 지나간다. 투입되는 순간에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기를 기도하고 복귀하는 순간에는 병동을 빠져나와 처음 마주하는 안전 지대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괜찮아, 이곳까지는 일반인들도 갈 수 있어' 속으로 되뇌어 보지만 카메라를 잡은 손에선 계속 땀이 흘러내린다. 코로나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은 공포스럽다. 이중 삼중으로 차단된 문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임무에 투입되는 의료진의 밝은 얼굴은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들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했다.
“원래 코로나 의심 환자를 받던 응급실에서 근무를 해서 그런지 덤덤했습니다. 나는 그냥 내 할 일을 하는 것이라는 간호사로서의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경찰 병원에서 4년 3개월 간 근무 중인 이수지 간호사는 첫 임무에 투입되던 그 날의 기억에 묻자 이렇게 답했다.
경찰병원 의료진은 3교대 근무를 서고 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오후 3시부터 저녁 11시, 저녁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다. 하루에 코로나 병동 투입 횟수는 2회. 보통 2인 1조로 투입되어 2시간이나 2시간 40분씩 근무를 선다.
병동에 들어서면 처음 하는 것은 환자들 상태를 살핀다. 그리고 주변 환경 정리를 하고 CCTV를 통해 환자들 관찰한다. 화장실 가기 불편한 분들을 돕고 식사 보조와 약, 그리고 주사를 놓는 것이 주 업무다.
환자들의 주 처방약은 렘데시비르와 스테로이드제, 그리고 해열진통제를 쓴다. 렘데시비르의 경우 산소치료 중이거나 산소포화도 수치가 낮을 때, 그리고 폐렴이 동반된 경우의 조건이 충족시에만 처방한다고 한다.
의료진의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방호복이다. 숨 쉬는 것이 힘들고 마스크 때문에 얼굴이 짓눌려서 따갑다. 방호복을 입으면 평상시 활동보다 2-3배 더 숨이 차고 힘들다. 코로나 병동 내 침대가 있는 휴게실이 있지만 얼굴을 짓누르는 마스크 때문에 선잠조차 잘 수가 없다. "잠깐 마스크를 해도 자국이 나는 것처럼 우리에게 쉰다는 것은 그냥 가만히 앉아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근무 시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땐 그냥 참는다. 혹시나 올라가서 배가 아프면 다시 내려와서 탈의하고 화장실 갔다가 다시 새 옷을 입고 올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옷 입는데 걸리는 시간만 10-15분이며 벗을 땐 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된다. 그는 "그래서 혹시나 배가 아플까봐 아예 올라가기 전 식사나 물을 먹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근무를 하며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해 "퇴원을 앞둔 분들은 대부분이 이미 아침부터 짐을 다 싸고 기다리신다"며 "가실 때 다들 설레던 그 모습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른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