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동양계 컵에 ‘째진눈’ 그렸다 1600만원 배상

입력 2021-01-20 15:06 수정 2021-01-20 17:50
국민일보

아시아계 손님이 주문한 음료 컵에 ‘째진 눈’을 그린 아일랜드의 한 스타벅스 매장이 손해배상 명령을 받았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아일랜드 직장관계위원회(WRC)는 스타벅스 더블린 탈라지구 매장을 대상으로 태국계 아일랜드인 수차바데 폴리에게 1만2000유로(약 16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폴리는 지난 12일 스타벅스 매장에서 녹차라테를 주문했으나 음료가 담긴 종이컵에서 째진 눈이 그려진 것을 발견했다.

현지 스타벅스는 음료가 나오면 번호 대신 이름을 불렀고, 이에 폴리는 주문 시 매장 직원에게 이름을 알려줬다. 그러나 음료에는 알려준 이름 대신 흔히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뜻으로 쓰이는 째진 눈이 그려져 있었다.

모욕감을 느낀 폴리는 차별금지기구인 WRC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태국 출생인 그는 유년 시절 부모와 함께 아일랜드로 이주해 오랜 기간 머물며 국적을 취득한 아일랜드인이었다.

WRC는 “시각적으로 묘사한 것이 인종과 관계됐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19세기 풍자만화처럼 공격적이고 상상력도 빈곤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스타벅스 측은 해당 매장 직원이 모욕감을 주려 한 의도는 아니었다면서 “폴리가 화려하다고 생각해서 컵에 웃는 얼굴을 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에서도 분위기는 호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 측은 WRC의 결정에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우리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6월 직원들에게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등 흑인 인권 시위와 관련된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착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을 빚었다. 당시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인종차별에 맞설 것이다” “흑인 공동체와 연대한다”고 선언한 것과 반대되는 지침을 내린 스타벅스의 행보는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

이난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