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남학생 2학년 P는 남동생을 너무 아끼고 좋아한다. 동생에 애정을 갖는다는 건 바람직 할 수도 있지만 경우가 달랐다. 동생의 행동을 사사건건 간섭하고, 동생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외출하거나 놀이터에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손도 못 대게하고, 공부를 강요하면서 공부 규칙을 강요한다. 부모가 이런 행동을 못하게 말려도 소용이 없다. 온 신경을 동생에게 집중하고 있으니 본인이 할 일은 뒷전이어서 성적도 계속 저하된다.
P는 성장하면서 남다른 데가 많았다. 숫자에 관심이 많아 일부러 가르치지 않았어도 금방 수를 익히고, 영어도 잘해 5세 경에는 영어로 된 책을 혼자서 읽을 정도였다. 놀이감도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만을 하려고 했고, 친구들과 타협이 되지 않았다. 모든 지하철 노선을 외워서 대화의 주제가 주로 지하철이었다. 어린이집에선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다. 선생님은 아이가 워낙 우수하니 친구들과 수준이 맞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고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6~7세가 되어도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를 않았다. 엄마가 보시기에는 어울리고 싶기는 하나 방법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모두 모여 규칙 있는 게임을 하면, 똑똑한 아이가 어이없게도 놀이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여느 남자들처럼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고 운동 신경도 유난히 느린 편이었다. 대개는 앉아서 책을 보는데 유난히 곤충이 관심이 많아 그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여 웬만한 곤충학자 수준이었다. 그러더니 기후 환경 문제에 대한 수업을 들은 이후로는 이에 대한 책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이런 지식을 말하기를 좋아해 상대가 대화를 재미없어 하거나 지루해 하면 눈치 없이 떠들었다.
이렇게 사람보다는 특정 주제에 더 관심이 많던 아이가 어느 순간 동생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동생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생의 감정과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너무나 일방적이어서 동생을 힘들게 한 거다.
이와 같이 관심의 범위가 넓지 않고 편협되어 있으며,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발달 또한 불균형이 심하여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발달하고 다른 부분은 이상할 정도로 느린 특징을 보는 아이들이 있다. 넓은 의미의 자폐 스펙트럼에 속하게 된다. 아이의 발달을 면밀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매우 똑똑한 아이라고 착각하게 되어 영재 교육에 골몰하게 되어 개선의 시기를 놓치기 쉽다. 아이는 부족한 영역은 계속 발달할 기회를 잃게 되고 발달된 영역만을 키워나가게 되어 불균형이 점점 심화된다.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림에 어려움을 겪거나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에 지나치게 둔감하고 공감을 하지 못한다면 되도록 이른 나이에 발견해서 도와주어야 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