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배달하는 도중 사고가 날 경우 배상 책임을 일방적으로 배달기사에게만 물렸던 불공정 계약서가 사라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자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배달기사와 사업자 간 불공정 계약을 올해 1분기 안에 시정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20일 배달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자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익스프레스), 쿠팡(쿠팡이츠) 등 3곳과 라이더유니온·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배민라이더스 지회 등 배달기사 대표 단체 2곳이 불공정 계약 조항을 자율 개선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서 자율 시정안의 핵심은 ‘불리한 배상 책임 개선’이다. 공정위는 배달기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배상 책임을 묻는 조항을 대표적인 불공정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기존 계약서는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배달기사가 사업자를 면책하거나 사업자가 면책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문제 발생 시 배달기사가 사업자를 면책하는 의무는 사라진다. 사업자의 고의·과실이 있으면 직접 책임지도록 했다.
사업자의 일방적 판단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프로그램 이용을 제한하는 조항도 바뀐다. 배달기사가 계약 의무를 위반했다고 사업자가 판단하면 계약해지·프로그램 이용제한 조치 이전에 사전 통보하고 배달기사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배달기사에게 일방적인 불이익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조항, 배달기사의 업무조건을 사업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도 수정됐다.
이번 계약 조항 자율 시정으로 직접적 영향을 받는 배달기사는 6000여명에 달한다. 배민커넥터·쿠팡이츠 2개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파트타임 배달기사에게도 적용돼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들 사업자는 3월 말까지 불공정 계약 내용을 수정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들이 제출한 자율 시정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확인하고, 부릉(메쉬코리아), 바로고(바로고), 로지올(생각대로) 등 배달대행 플랫폼과 지역 배달대행업체 간 계약서에 불공정 계약 조항이 있는지도 점검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자율 시정안 마련을 통해 배달대행 업계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개선되고 배달기사의 권익도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