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갈등 구도를 연출했던 ‘경기도 2차 재난기본소득’ 보편지급 방침과 관련해 지급 시기와 대상 등을 당과 조율하기로 했다. 당 지도부가 이 지사 측에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해 달라”는 입장을 전하자 이 지사도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8일 이 지사에게 직접 전화해 당의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취약·피해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은 방역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판단하고,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정된 후에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 지사 측도 입장문을 내고 “당의 공식입장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당의 의견을 존중하며, 방역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 집행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다만 조만간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당초 계획대로 경기도민 전원에게 10만원씩 지급하고,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 연휴 전 지급하는 방안에 무게를 뒀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에선 지급 시점만 조금 미뤄졌을 뿐, 보편 지급 방침을 관철한 이 지사가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는 말이 나왔다. 경기도 관계자는 “보편 지급이란 원칙 하에 지급 시기 등은 당과 최대한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최근 민주당 의원들과 접점을 늘리면서 외연 확장에도 시동을 거는 양상이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경기지사 공관에서 정책 당정회의를 열고 박정 경기도당 위원장 등 경기 지역구 민주당 의원 7명과 회동했다. 소병훈 의원 등은 이 지사와 함께 찍은 단체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당정회의를 정례적으로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역단체장과 의원들의 정례 당정회의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이 지사의 달라진 위상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지사는 최근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의 격차를 키우고 있다. 당 내에선 이 지사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근래 여러 논란이 당과 소통이 부족해서 벌어진 측면이 있다”며 “의원들이 먼저 이 지사에게 연락을 하거나, 이 지사가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남을 갖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지사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의 지지율이 높아진 요인은 국회의원들과 접점이 많아서가 아니라 시대정신과 메시지, 그것이 구체화된 정책 때문”이라며 “이 지사도 결국 민주당 후보인데 외연 확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경기도정을 잘해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잘한다는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 지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