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1일부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차 재난지원금(버팀목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여전하다. 값비싼 임대료·건강보험료 등 고정지출에 큰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소득이 줄었음에도 지원금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도 있었다.
경기도 용인에서 수제맥주집을 운영하는 하모(31)씨는 출근하자마자 버팀목자금 콜센터에 전화를 거는 일이 일과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 조치 등으로 겨울 매출은 지난여름에 비해 반토막이 났지만 정작 지원 대상엔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씨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홈페이지 공고에 영업제한 업종은 소상공인에 해당하면 매출감소와 무관하게 지급한다고 나와 있고, 실제로 매출도 감소했지만 ‘1차 지원대상 명단에 없습니다’라고만 떴다”며 “왜 지원금을 못받는지 문의하려고 매일 몇십 차례 전화를 걸지만 연결 자체가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씨는 “절반쯤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고생해 지원금을 받는다 해도 상황이 호전될 것 같지 않다는 설명이다. 약 500만원의 임대료를 포함해 건보료·국민연금 등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고정지출만 매달 1500여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여름까진 직원 11명을 뒀지만 줄이고 줄여 5명만 남았다”며 “그중 2명은 각각 무급휴가, 임시퇴직을 해 앞으론 3명이 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원금을 받았더라도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경기도 부천에서 단란주점을 하는 김모(63)씨는 집합금지 업종에 해당돼 300만원을 받았지만 받은 돈을 그대로 임대료로 냈다고 했다. 김씨는 “5개월 가까이 영업을 못해 수입은 0원인데 건보료는 매달 빠져 나간다”며 “어차피 건물주만 배 불리는 지원금보단 임대료 인하, 건보료 감면 등 자영업자들이 정말 필요한 곳에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오피스 상권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강모(30)씨는 그나마 매장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임대수입으로 메우고 있다. 강씨는 “각종 세금을 제외하면 임대소득으로 80여만원이 남는데, 국민연금·건보료 등으로 매달 50만원씩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그마저도 레스토랑 유지 비용에 쓰고 있으니 차라리 폐업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업소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지급 방식에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수도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31)씨는 “일괄 지급이 아니라 코로나19 이전의 매출과 비교해 피해에 따라 차등을 둬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집합금지·영업제한·일반 업종으로만 분류해 각각 300만원·200만원·100만원을 지급해왔다.
조씨는 “일반음식점과 카페는 같은 제한업종으로 분류되지만 카페는 아예 홀 영업이 금지된 반면 음식점은 5인 이상이 와도 따로 앉아 먹는 등 영업을 하지 않았느냐”며 “번거로울 순 있겠지만 카드내역 매출표만 인증해도 더 큰 피해를 입은 곳에 지원금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털 사이트에 판매업체 등록만 해둔 지인이 이번에 소상공인으로 인정돼 1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며 “누구는 3년간 함께 일한 아르바이트를 내보낼 정도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데 동일선상에 두고 지원금을 주는 건 불공평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