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간부 A씨가 민간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공무원 신분인 A씨가 개인 자격으로 민간업체에 자문을 해 주고 대가를 받은 행위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등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KAI에서 경영개선 자문료 등 명목으로 46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A씨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달 ‘청렴사회를 위한 공익신고센터(공익신고센터)’가 낸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단계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11월, 2019년 9월과 11월, 2020년 1월 등 총 4차례 KAI와 자문 및 비상근 고문계약을 맺었다. 국책연구기관에 소속된 A씨가 개인적으로 KAI를 위한 자문을 수행하고 그 대가를 받은 행위는 김영란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공익신고센터의 입장이다. 김영수 공익신고센터장은 “김영란법에서는 공무원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민간기업과 유료의 자문계약을 체결한 A씨의 경우 국가공무원법령과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신고센터는 A씨가 ‘헬기 성능개량 사업의 산업파급효과 분석’ 연구용역에 관여한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이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수행했는데, 공식 참여 연구진이 아니었던 A씨가 관련 회의에 참석해 이해관계자인 KAI 측에 유리한 발언을 한 정황 등이 있다는 것이다(국민일보 2020년 10월20일자 1·2면 기사 등 참조).
김 센터장은 “연구용역 결과가 KAI에 유리하게 도출되도록 A씨가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자문료에 대한 대가성 행동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형법상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 측은 경찰 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경찰 조사 과정을 지켜보고 진위 여부가 밝혀지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정현수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