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 선고 소식을 듣고 당시 파견검사들에게 전화해 노고를 치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락을 받은 검사들은 검찰총장으로서가 아니라 4년 전 동고동락했던 동료로서의 격려로 여겼다고 한다.
특검에 파견됐던 한 검사는 윤 총장이 전화통화에서 “야, 그때 너희들 진짜 밤새고 그랬던 게 기억이 난다”며 “그렇게 고생한 게 4년 후에 이렇게 결론이 났구나”하면서 격려했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다른 검사들과의 통화에서도 “고생 많았다”며 2016년 12월~2017년 2월 특검 수사 당시를 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과 파견검사 20명은 2016년 12월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이라는 이름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대전고검 검사였던 윤 총장은 이때 수사팀장을 맡았다. 함께 파견된 한동훈 검사장 등이 이 부회장 수사를 전담했다.
이 부회장 재판에 파견검사로 참여한 이복현 부장검사와 김영철 부장검사는 초기 수사 때부터 관여해온 인사다. 이들은 검찰 복귀 이후 ‘삼성 경영권 부정승계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에서도 활약했다. ‘사법농단 의혹’과 ‘조국 일가 비리 사건’을 각각 맡았던 박주성 부장검사와 강백신 부장검사도 윤 총장 휘하에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에 참가했던 인물들이다.
윤 총장은 통화에서 과거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회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는 “총장님이 ‘고생 많았다’고 하면서 옛날 얘기를 많이 했다”고 했다. 윤 총장으로서도 4년 전 특검 수사가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사실상 마무리된 것에 대한 소회가 남달랐던 셈이다. 당시 파견검사들 틈에서는 수사팀장이던 윤 총장이 출석한 주요 피의자에게 ‘이렇게 (비협조)하면 안 된다’며 다그치곤 해 나머지 검사들이 피의자 달래기에 나서야 했다는 회고도 나왔다.
국정농단 사태 수사의 한 축이었던 ‘정경유착’을 밝히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주어진 수사기간은 겨우 2개월 남짓이었다. 당시 특검에서 일했던 한 검사는 “어떻게 국정농단 사태를 우리가 책임지고 정리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시절”이라고 기억을 되짚었다. 그는 “총장님의 전화로 그때 매일같이 밤새며 일했던 게 떠올랐다”며 “희생은 아니고, 어쨌든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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