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뜨거운 물 부어야 할 거 같은데?”
서울 천호동의 한 주택가에서 계량기 동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시설공단 상수도 지원처 계량기 교체반 직원인 서정한(60)주임은 계량기 함을 열어보곤 깜짝 놀랐다.
동파를 막기 위해 넣어 놓은 옷가지에 결로현상과 계량기에서 나온 물이 꽁꽁 얼어붙어 계량기를 꺼낼 수조차 없었다. 다급히 집주인에게 끓는 물을 받아 녹이려고 했지만 연결된 전화 통화에서 부재중이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결국 계량기 교체는 포기한 채 다른 곳으로 향했다.
바람이 강한 추운 날씨엔 옷가지며 열선이며 다 소용이 없다고 말한 서 주임은 “물을 써야 계량기 동파를 막을 수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 많이 있어서 동파 계량기가 덜 나오는 편이다”고 말했다. 수도 계량기는 추운 날씨에 수도가 얼면 제일 먼저 깨지게 만들어졌다. 물이 얼면 부피가 증가하는데 수도관이 터지는 것보다 계량기가 터지는 게 수리하기도 편하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신축 원룸 공사장. 영하 11도의 한파에 5층 복도에 있던 계량기가 터졌다. 올해가 정년이라 마지막 해라는 정포진(65) 주임은 계량기를 교체하며 지난 2001년 최악의 계량기 동파 대란을 회상했다. 정 주임은 “강동수도사업소에서만 6,900개의 계량기가 동파돼 정신없이 교체하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영하 18.6도까지 기온이 떨어졌던 그해 겨울(2000년 12월∼2001년 2월) 계량기 동파는 6만 3888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총 계량기 동파 건수는 8만 7천 건으로 연평균 6260건과 비교해 봤을 때 역대급 수치였다. 정 주임은 “영하 20도에도 물만 틀어놓으면 터질 일이 없다”며 “특히 창문 없는 복도식 아파트는 동파가 쉽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지자 서울시는 계량기 동파 ‘준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동파 긴급 복구 인원을 증원했다. 서울시는 영하 15도 이하의 날씨가 지속된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수도계량기 동파량은 올겨울 동파 건수(7천 500여 건)의 절반이 넘는 4천208건이라 밝혔다.
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