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학대 사망사건’ 수사에 참여해 양부모의 학대 정황을 밝힌 법의학자가 다른 사건에서도 아동 학대 증거를 찾았다. 법원은 숨진 아이의 몸에 새겨진 학대의 흔적을 분석한 법의학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학대를 저지른 여성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8일 JTBC에 따르면 정인양의 사인 재감정에 참여했던 이정빈 가천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30대 여성 A씨가 동거남의 세 살짜리 딸을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양천 아동 학대 사건’에서 재감정을 담당했다.
A씨는 2019년 1월 28일 경기 광주시의 자택에서 동거남의 딸 B양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끝까지 아이를 학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세상을 떠난 아이의 피해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법원은 이정빈 교수의 감정서에 주목했다.
B양은 두개골이 골절돼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한 달 뒤인 2019년 2월 26일 사망했다. 숨진 B양의 머리 뒤 오른쪽 뼈는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있었다.
동거녀 A씨가 의심을 받았지만, A씨는 “아이를 때린 적 없고, 미끄럼틀에서 떨어져 머리가 부딪쳤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아이의 몸을 감정한 이 교수의 의견을 근거로 삼았다.
이 교수는 “1m 높이 미끄럼틀에서 떨어져 머리뼈가 여러 조각이 날 수 없다”며 A씨가 단단한 막대와 같은 흉기로 아이를 빠르고 강하게 여러 차례 끊어쳤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이 교수의 의견을 근거로 “A씨가 둔기로 아이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렸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앞서 이 교수는 ‘정인이 사건’ 재감정에 참여해 “지속적 학대가 없었다”는 양모의 의견을 전면 반박했다.
이 교수는 지난 1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정인이 사인인 췌장 절단은 “발로 밟아서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가 파열될 정도면 매우 큰 힘을 받아야 한다”며 “흔히 발로 찰 때는 속도도 빠르고 접촉면도 적으니까 뱃가죽에 자국이 남는다. 그런데 밟으면 발바닥이 넓고, 속도도 적어서 남지 않는다. 아이는 장기가 파열됐는데도 아무것도 안 남았기 때문에 밟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