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8시40분 강원도청 민원실 앞 40여면의 민원인 주차장은 업무 시작 전인데도 빈자리가 아예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은 도청 본관 앞 민원인 주차장도 마찬가지였다. 직원 주차장도 이미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고, 차를 댈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느 곳이든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반면 강원도청과 부지를 함께 사용하는 강원도의회 주차장은 사정이 달랐다. 30여면의 주차장 가운데 7개면의 주차장이 텅 비어있었다. 잠시 후 도의회 주차장 차단선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청경은 신원을 확인한 뒤 라바콘을 치워 차량을 들여보냈다. 차량 운전자는 A 도의원이었다. “의원 전용 주차장이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 도의원은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같은 시간 도의회 주차장 바로 옆에선 불법 주차를 한 민원인과 청경이 주차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민원인 박모(32)씨는 “도청 민원실 안엔 민원인이 단 한 명도 없는데 정작 주차장은 꽉 차 있다. 모두 공무원 차량 아니겠느냐”며 “민원인은 차 댈 곳이 없는 데 의원님들은 불편함 없이 주차하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원도청 주차 대란은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 때문이다. 도 청사는 1957년 춘천시 중앙로 5만1087㎡ 부지에 지어졌다. 이후 별관과 신관을 새로 짓는 등 공간을 늘려 왔다. 현재 청사 용지엔 본청 본관과 신관, 별관 등 8개 동과 의회 본관과 신관 2개 동이 있다. 도청 등록 차량은 1000대에 달하지만, 주차장은 870면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민원인 주차장은 115면이다. 도는 주차 민원을 해결키 위해 직원 차량을 단속해 명절에 ‘벌 당직’을 세우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도의회가 전용 주차장을 운영해 주차난에 불을 지피고 있다. 도의회는 의원들이 민원인들과 같은 주차 불편을 겪지 않게 하려고 주차장 일부 또는 전부를 도의원 전용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주차장은 민원인과 직원, 의원 등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의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전체 30여면 가운데 10면 정도를 비워놓고, 의회가 열릴 때는 주차장을 아예 막아 의원들만 이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민원인과 직원들이 차를 댈 곳이 적어져 주차난이 가중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의원 전용 주차장을 운영하는 것이 불합리한 처사라고 생각한다”며 “민원인과 직원들이 이중주차 할 곳도 못 찾고 있는 상황에서 도의회 앞 텅 빈 주차장을 보면 씁쓸하다”고 말했다.
도 의회사무처 관계자는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불편을 겪지 않게 하려고 주차장을 비워놓은 것”이라며 “주차장 운영에 관한 지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이어온 조치”라고 설명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