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화와 대화,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미연합훈련 재개 문제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에 대해선 “우리 정부와 기조가 유사하고 코드가 맞는 지점들이 있다”면서 조기에 정상회담이 이뤄지길 희망했다. 한반도 상황이 큰 변화 없이 5년차를 맞은 데 대해서도 “제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평화, 대화, 비핵화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북한이 요구하는 건 확실한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원칙은 북·미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 합의가 돼 있다. 문제는 어떻게 구체적·단계적으로 이행할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남측 답방에 대해선 “언젠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꼭 김 위원장의 답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어 “저는 언제 어디서든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고, 신뢰가 쌓이면 김 위원장 답방도 이뤄지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해온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선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북측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도 크게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틀 속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라며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서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목적으로 한·미 협의를 통해 연합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전선언에 대해선 “비핵화 또는 평화 구축 대화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바이든 정부가 취임하게 되면 다양한 소통을 통해 우리의 구상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또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우리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한 것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솔직히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수출규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위안부 판결까지 더해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한·일 간 미래지향적 발전은 그것대로 하고, 과거사 문제도 사안별로 분리해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면서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별도로 봐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취임 초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했던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이 합의가 양국 정부 간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 이 토대 위에서 해법을 찾겠다고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경우도 “강제집행 방식으로 (전범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되기 전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자산매각명령이 나오기 전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