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에 징역 2년6개월 선고, 법정구속

입력 2021-01-18 17:07 수정 2021-01-18 17:14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깊숙이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2018년 2월 5일 집행유예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아온 지 1078일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도 이 부회장과 같이 징역 2년6개월을 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파기환송심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들에 대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재판장인 정 부장판사가 구속 전 의견을 묻자 이 부회장은 “할 말 없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요구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을 묵시적으로 청탁하고 말 3마리 매매대금 등 86억8000만여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액을 회사자금에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와 국회 청문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자금 지원 요구를 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도 인정했다. 모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9년 8월 29일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유죄 취지로 판단했던 대목이다.

이 부회장 측은 재판 내내 “대통령의 직권남용적 요구에 따른 ‘수동적 뇌물제공’이었다”고 항변했다. 경영권 승계 등에 도움을 얻기 위해 뇌물을 적극적으로 건넸다는 특검 주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위법한 청탁을 한 적이 없고 특혜를 받은 적도 없다”며 집행유예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며 이를 일축했다. 청탁 쟁점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묵시적이긴 하나 승계 작업을 돕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실형을 피하지 못한 것은 재판부가 주문하고 삼성이 마련했던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이 현재로서는 미진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에 대해 “향후 새로운 유형의 위험 예방과 감시활동까지는 이르지 못한다”며 감형 근거로 삼지 않았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회복적 사법’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준법감시위의 역할과 면면이 재판부의 주문에 불충분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이 사건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이 침해당한 것으로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재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판결을 검토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특검 측은 “이 부회장 등 주요 피고인들에게 실형이 선고된 건 대법원 판결 취지를 감안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국민연금 합병 관련 직권남용·배임 사건도 신속한 선고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자창 이경원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