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한 정준영 판사, 제안했지만 참작은 없었다

입력 2021-01-18 16:50 수정 2021-01-18 17: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자 이날 재판을 이끈 정준영(53·사법연수원 20기)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인 정 부장판사는 서울 출신으로 청량고등학교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전주·인천·서울지법·서울고법 등을 거쳐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서울회생법원 초대 수석부장판사를 지내는 등 법원 내에서 손꼽히는 ‘파산·회생’ 전문가로 통한다. 1997년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수석부장판사 배석 시절에는 한보그룹과 웅진홀딩스 등 파산 사건의 주심을 맡아 처리한 바 있다.

새로운 사법 실험을 시도하는 법관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인천지법 근무 당시 형사재판 제도인 ‘국민참여재판’을 민사 재판에 적용한 ‘배심조정’ 제도를 처음 시행했다. 파산부 시절에도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에 신속히 자금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프로그램’ 도입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1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부임한 후 형벌보다는 재발 방지나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치료적 사법’을 내세웠다. 주목받았던 재판은 그해 살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60대 남성의 항소심이다. 치매전문병원 입원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고 선고도 재판부가 병원을 직접 찾아 진행했었다.

최근 정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로는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그는 이 전 대통령에게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7년을 선고했고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도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실형을 선고해 법정구속시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긴 검찰에 대해 일부 위법하다며 압류 취소를 결정한 적도 있다.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최종훈과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순위를 조작한 엠넷의 안준영·김용범 PD 역시 정 부장판사 손에 실형이 선고됐다.

단연 화두는 이 부회장 관련 재판이었다. 정 부장판사는 2019년 첫 재판부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 신경영’ 사례 등을 언급하며 이 부회장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삼성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제안하면서 이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따라 삼성은 지난해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했었다.

하지만 특검으로부터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았고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정 부장판사는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