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째 국산 신약이 탄생했다. 기존 약에 내성을 보인 폐암에 효능을 인정받은 경구용(먹는) 표적 항암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정(레이저티닙메실산염)’을 허가했다고 18일 밝혔다.
렉라자정은 특정 유전자 변이(EGFR T790M 변이)가 있는 진행성 폐암 환자 중 이전에 폐암 치료(이레사 등)를 받은 적 있는 환자에게 사용된다.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한다. 정상 세포에는 독성이 적은 장점이 있다.
유한양행은 이번 제품을 국내에서 실시한 2상임상시험(치료적 탐색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3상 임상시험(치료적 확증 임상시험)을 시판 후 수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 신청했다. 식약처는 신청 의약품에 대한 품질, 안전성·효과성, 시판 후 안전관리계획 등을 심사·평가했다.
식약처는 이번 신약 허가를 통해 비소세포폐암 재발 환자 치료의 약제 선택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 치료제가 특히 뇌혈관 장벽(Blood-Brain-Barrier, 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 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서도 우수한 효능 및 뛰어난 내약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부동의 1위다. 조직형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되는데 전체 폐암의 85%가 비소세포폐암이다. EGFR 돌연변이는 비소세포폐암 중 비편평상피세포폐암에서 흔히 발생하며 약 30~40%에서 진단된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EGFR 변이 양성인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법으로 1~3세대 ‘EGFR TKI(이레사 등)’를 투여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다만, 1·2세대 EGFR TKI를 사용한 환자의 다수에서 내성을 획득해 불가피하게 질병이 진행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관련 내성 중 T790M 돌연변이로 인한 내성이 약 50~60%를 차지한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렉라자는 국내 개발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란셋 온콜로지에 게재돼 유효성 및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며 “이번 허가가 EGFR T790M 변이 양성인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번 허가에 배경이 된 임상연구 논문의 제1저자다.
연세암병원 조병철 폐암센터장도 “렉라자 국내 허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항종양 효과 및 안전성을 통해 국내 폐암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