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한국 국적 화학제품 운반선 한국케미호와 선원들을 억류한 지 2주가 지난 가운데 국내에 동결된 자국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를 두고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오랜 기간 밀린 유엔 회비 납부에 동결 자금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란 외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의 제재로 송금 통로가 제한됐지만 지난 수년간 유엔에 연회비를 냈다”며 “회비 납부 방법에 대한 이란의 최근 제안은 한국에 동결된 우리의 돈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방법으로 유엔 회비를 내기 위해 이란중앙은행의 승인, 협상,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란은 미국의 악의와 우리의 자산을 오용할 우려 탓에 유엔이 회비 송금 과정에서 미국의 은행을 중계 금융기관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회비의 안전한 송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란은 현재 리비아, 소말리아 등 9개국과 함께 유엔 회비를 밀린 상태다. 연체 회비 규모는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1625만 달러(180억원)로 알려졌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 오전 10시쯤 걸프해역(페르시아만)에서 해양환경 오염을 이유로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정부는 억류된 선박과 선원의 조기 석방을 위해 실무대표단에 이어 최종건 외교부 1차관까지 이란으로 급파했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란 당국이 70억 달러 자금 문제와 선박 억류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내 은행 2곳에는 미국의 제재로 70억 달러 상당의 이란 원유 수출대금이 동결돼 있다. 이란은 이 돈으로 의약품과 의료장비, 코로나19 백신 등을 사게 해 달라고 요구해왔고, 최근에는 대금에 대한 이자까지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