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자신의 소설 ‘뿌리’를 도용해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고 주장한 A씨가 “글을 쓰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 그 자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호소했다.
A씨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15일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도용 사실을 알았다”며 “확인해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복사, 붙여넣기 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표절이 아닌 도용으로 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 남성이 경북일보 문학대전과 포천 문학상에서는 자신의 소설 속 ‘병원’을 ‘포천 병원’으로만 바꿔서 수상했다고 주장했다. 또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에서는 제목만 ‘뿌리’에서 ‘꿈’으로 다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단어나 제목만 바꿨을 뿐 본문은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것이다.
A씨는 “제 소설뿐만 아니라 문학 평론도 똑같이 도용해서 상을 받았다고 들었다”며 “그것 외에도 다른 사진 공모전이나 경제 공모전도 나가서 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남성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면서 남성이 SNS를 통해 밝힌 학력 등의 내용도 사실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이렇게 소설을 통째로 도용한 일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는데 그 피해자가 제가 됐다는 게 굉장히 슬펐다”면서 “문학상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다른 분들의 창작물을 표절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문학상을 그저 돈벌이로 사용했다는 것에 더욱 슬펐다”고 했다.
그는 “문학은 삶에서의 생각이나 느낌이 전제돼야 쓸 수 있는 것”이라며 “그 글을 통째로 도용했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삶 자체를 도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성이) 타인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표절 여부를 걸러내지 못한 공모전 측도 비판했다. 그는 “논문 표절을 검토하는 것처럼 소설도 좀 더 그런 표절과 도용 검사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면서 “최소한의 검증 절차도 없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은 아직 등단한 작가가 아닌 대학생이라며 “내가 유명하지 않은 일반 학생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 없는 사람의 글을 도용하면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더 슬프다”고 했다. 그는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며 “이번 주 중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내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도용됐다”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에 따르면 도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뿌리를 그대로 베낀 응모작으로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을 받았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